한지연 개인전 Satorial Events
한지연
2020 11/04 – 11/0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Satorial Events
갑작스러운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
사토리覺는 기후 현의 산 속에 산다는 원숭이를 닮은 요괴의 일종으로, 에도 시대 중기의 도감 『화한삼재도회』에 따르면 온 몸이 긴 털로 덮여 있고 두 발로 걷는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가장 큰 특징은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서 재빨리 도망가 버리기 때문에 절대로 잡을수가 없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토리(覺: 깨달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한편 일본의 80~90년대생을 ‘사토리悟り세대’라고 명칭하기도 한다. 마치 득도한것처럼 돈벌이나 출세에서 초탈한 삶을 사는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다.
오늘날의 이미지는 초매체적인 맥락에서 진화하고 있다. 책, 신문, 잡지와 같은 인쇄매체와 TV, 영화와 같은 영상매체를 넘어서서 상호간 소통과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온라인 미디어상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은 점차 개인적인 차원으로 세분화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이러한 세태를 유동하는 근대liquid modernity라고 명명했다. 이미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더 다양한 매체에서 재조합되고 변형을 거듭하여, 고정된 틀을 벗어난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동시대의 분절적이고 초매체적인 맥락에서 언어를 대체하는 시각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점차 진화하고 있다. 현실의 혼돈에서 산발적으로 드러나는 다양한 문맥을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도 학습중이다. 크롭된 이미지의 구조를 머릿속에서 무의식적으로 짜맞추어 보기도 하고, 묵음의 화면에서 시끄러운 소리를 연상하기도 한다. 태그에 올라탄 텍스트는 시냅스를 통해 새로운 신호를 촉발한다. 이 전시는 ‘답을 찾는 것을 이제 그만둔’ 시대를 위한 소리 없는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