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희 개인전 Unlimited Proliferation series

최세희
2020 11/25 – 12/07
2 전시장 (2F)

생명의 시()적 형태, 그 아름다운 발상과 정신

생명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질서가 있다. 그리고 그 질서의 아름다움에는 우리의 욕망에 비친 온갖 멋진 것들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숭고한 목적이 담겨 있다. 일찍이 칸트는 생명체로서의 자연 산물에 대해 “스스로가 원인이자 결과이면 자연목적으로 실존한다.”라고 말했다. 이 자연의 형식은 맹목적인 기계적 인과성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어 신비롭고 정교한 유기체를 가능케 하는 일종의 ‘생명의 형이상학적 본질’이다. 칸트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콜리지(S. T. Coleridge)도 “생명이란 그것의 각 부분이 모두 전제가 되어 이루어지는 전체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어디 이뿐이랴. 자연 현상의 숨은 질서에 주목하면서 전체와 그 전체 중 일부는 발생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서로 비슷한 기하학적 형태가 된다는 현대의 프랙탈(Fractal) 이론도 모두 ‘인과성’과 ‘자기유사성-자기산출력’에서 생명의 뿌리를 찾았다.

우리의 인생도 ‘생명 현상’ 자체에 다름 아니다. 불행과 행복, 기쁨과 슬픔, 기대와 실망은 서로 긴밀히 중첩되어 서로에게 원인과 결과이면서 상보적(相補的)이지 않은가. 아버지와 아들이 그러하고, ‘너’와 ‘나’가 그러하고, 인간과 사물이 그러하고, 삶과 죽음이 그러하다. 죽음은 기억이라는 형태로 남아 삶에 영감과 교훈을 지속하며, 잊힌 것들은 잊은 자들의 양심에 살아남아 언젠가 건강한 윤리와 인간성을 잉태한다.

이 모든 생명의 우발적, 필연적 사건들은 최세희 예술의 보고(寶庫)이다. 생명의 참된 의미를 환기하기 위해 무한 반복하는 그의 작품은 자연목적이 만든 신선한 시적(詩的) 운율을 타고 흐르면서 생명의 보편 형식을 감성이라는 아름다운 사건으로 옮겨 담는다. 가장 당연하고 원초적인 사실로부터 가장 특별하고 신비로운 정신을 드러내고 있는 최세희의 작품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재 걸 | 미술비평

 

*전시장 중간 (연필 작업)

 

“작업에 사용한 사물들은 실제로 사용되었던 것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사용하고 버린 종이컵이나 몽당연필들은

인간들이나 다른 사물들과의 관계를 그대로 자신의 역사로 보존하고 있는

매우 특별한 잠재적 오브제이다.” 최세희, 작업 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