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숙 개인전 천상의 노래

정해숙
2022 09/14 – 09/1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11회 정해숙 CHUNG HAE SOOK 개인전

 

미술평론가 서성록의 평문

< 정해숙, 깨어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중에서

구도적 작가의 길

정해숙이 일관되게 유지해온 작품양식은 섬세하면서도 명료성을 지닌다. 소단위의 무수한 색면(色面)분할로 시각적 효과를 일으키고 중첩된 색면은 내재적인 리듬과 함께 환영적인 공간을 낳는다. 물론 이런 공간은 단 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누적과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작은 면들을 아주 곱고 가는 세필을 사용하여 몇 번이고 덧입혀서 성형한 오랜 시간과 정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정해숙은 기하학과 면을 사용하면서도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일반적인 추상작품과 다른 점은 뚜렸한 암시성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하얀 새가 창공을 가르며 춤추고 하늘로 올라가는 계단과 십자가, 하늘에서 쏟아지는 찬란한 빛 등 암시적 이미지들을 화면 곳곳에 배치해놓았다. 그가 암시하는 것은 기독교 영성과 관계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장차 다가올 세상을 흐릿하게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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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근래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종교의 틀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열려있다는 것이다. ‘베데스다’작품에서는 우리 시대에 아프고 병든 사람들을 위한 소망을, ‘카이로스’에서는 펜데믹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일상으로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우크라이나’작품에서는 전쟁으로 인해 위험에 처한 우크라이나 땅에 속히 종전과 평화가 오기를 소망하고 있다. 물론 창조의 아름다움을 펼쳐내는 작품에서는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망가진 생태계르 치유하자는 그의‘생명돌봄’사상이 깔려있다.

어떤 테마이든 그의 작품에 일관되게 나타나는 것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자 공감이다. 이 공감의 출처를 작가는 성경의 신구약과 찬송가 등에서 착안하여 오늘날 고난에 처해있는 사람들을 향해 비추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