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리 개인전 Way out

정유리
2023 08/23 – 08/28
2 전시장 (2F)

Way out

 

정유리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타인과 소통을 하며 지낸다. 인간은 소통의 수단으로 대화를 한다. 그 대화가 나의 의도와 다르게 전달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간혹 우리는 가까운 친구와 속마음을 터놓고 한 이야기나, 편안한 분위기에서 했던 말조차 오해의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오해가 거듭될수록 우리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조심스럽게 내뱉고 거기에서 오는 피로감은 엄청나다. ‘내가 왜 그렇게 말을 했을까?’라고 자책하며 가진 성찰(省察)의 시간은 곧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러한 경험은 타인과 의욕적으로 소통하려는 마음을 차단하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나 또한 의도치 않은 오해로 인해 힘든 상황에 놓인 경험이 있다. 그리고 대화에서 생긴 ‘오해’와 말을 조심스럽게 하려는 고민에서 오는 ‘피로감’은 나만이 느끼는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대화의 과정에서 치유(治癒)를 경험했다.

예술가의 책무는 작품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에게 때로는 힘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나와 같은 경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사람들이 전시를 통해, ‘작품과 소통(疏通)’하며 치유의 과정을 경험했으면 좋겠다. 나의 작품과 함께 호흡하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 상처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자신의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한다.

작품들은 ‘구멍(○)’에 큰 상징적 표현을 담고 있다. 구멍은 소통을 의미한다. 답답하게 갇혀있는 벽이 아닌, 시원하게 뚫린 공간을 통해 소통하고자 함을 기호적 이미지로 표현했다. 또한 구멍의 형태는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형태를 지니고 있지 않다. 우리를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고 서로 인정하며, 사회적 소통을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고자 하는 희망적 메시지를 전한다.

‘나의 구멍’은 어떤지 각자 깊은 내면의 대화를 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가진 내면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관계 속에서 형성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 트라우마는 시간이 지나면서 짙어져 형태로까지 남는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상처는 치유의 과정 또한 거친다.

나는 치유의 방식으로 작품을 선택했다. 작품은 직접적인 언어의 대화가 아닌, 조형적 요소를 통해 작가의 감정을 나누고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고 생각한다. 나와 유사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감(共感) 하며 위로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더불어 내면에만 갇혀 ‘새장 속’ 자아가 아닌 자유로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