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오늘의 날줄과 씨줄)

오늘날 우리는 접속하되 만나지 않으며 선택하되 행위하지 않는다.

디지털 세상은 우리의 세상을 탈 사물화한다. 이제 우리의 손은

사물과 교감하기보다는 이미지를 선택하고 확대하고 버리는 데

사용된다. 손은 인간이 세상과 소통하는 첫 번째 도구이다.

갓 태어난 아기는 만짐을 통해 두렵고 낯선 세상과 소통하고

적응한다. 사물이 아니라 정보가 생활세계를 규정하는 세상에서

여기 모인 11명의 직조작가들은 인간이 피조물과 어떻게

만나고 교감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예술가들이다.

마이더스(midas)의 손으로 씨실과 날실을 엮고 의식과 무의식의

반복적 체험과정으로 새로운 형상을 구현하는 느림의 미학을 통하여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의 삶 속에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고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바로 미술인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2022년 11월 20일

이재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