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석 개인전 광화문빌딩

문종석
2023 05/03 – 05/0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광화문빌딩

아마도, 찬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1985년 초 어느 날 이었을 것이다.
당시 다섯 살이었던 나를 봐주셨던 외할머니는 볼 일이 있다며 나를 데리고 어딘가로 향하셨다.
목적지에 도착한 할머니는 그 건물 1층의 실내 정원 의자에 나를 앉게 하고, 잠시 볼 일을 보고 올테니, 어디 가지 말고 꼼짝말고 그 자리에 있으라고 하셨다.
할머니의 그 말에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서려있어서 나는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할머니를 기다렸다.
볼 일을 마친 할머니가 오셨고, 할머니와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1985년에서 30년도 더 지난 어느 날, 나는 갑자기 그 날 일이 생각났고, 할머니와 갔던 그 곳이 광화문에 있는 어느 빌딩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할머니는 무슨 볼 일을 보려고 그 광화문 빌딩에 갔었던 것일까?
에서 시작한 나의 의문은 이렇게 이어졌다.

할머니의 인생은 어떤 인생이었을까?

고독했을까?

즐거웠을까?

누군가를 그리워했을까?

무언가에 집착했을까?

무엇을 성취하고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내가 애써 생각한다 해도, 그것은 추측에 지나지 않을 뿐이니,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할머니의 인생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고향에서 태어나, 결혼을 하고,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오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자식을 낳고,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자식이 낳은 자식을 봐주고, 그리고 죽었다.

할머니는 1924년, 어디서 오는지 모르고 이 세상에 오신 것처럼, 1985년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돌아가셨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유사하게 반복하는 인간의 일생一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