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아 개인전 머무는 순간-색과의 대화
이경아
2023 05/03 – 05/08
2 전시장 (2F)
이경아 개인전 Moments of Stay-Dialogue of Colors
머무는 순간 – 색과의 대화
나의 작업은 쉼표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물에 내려앉은 하늘이거나
나뭇가지에 걸린 한 조각 햇살과의 조우일 수도 있다.
나는 그들에게 멈춰 시간과 기억을 읽는다.
이 작업은 다섯 가지 색에 관한 이야기이다.
레드, 블루, 그린, 퍼플, 옐로우의 메타포에 관한 해석이다.
– 작업 노트 중에서 –
머무는 순간–색과의 대화
정경식 미술평론가
여기 초록의 땅을 딛고 선 화가가 있다.
황토 빛 대지 위의 식물들, 서로에게 의지하듯 자신의 자리에 뿌리내린 식물들은 태양과 닮아 있다. 가시광선을 내뿜는 노랑, 식물의 틈새에서 자라는 연두, 그 색들의 흐름은 그녀 그림의 원천이 된다. 햇빛 가득한 화폭 속에 유려하게 어우러진 붓 터치들, 그 아름다운 잔향의 판타지에 시선이 머문다.
돌아보니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던 그림처럼 자연스러운 색과 터치들. 누군가 정성스럽게 마련해준 차 한 잔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림들……. 고개를 들어 한걸음 다가가면 흙 한줌도 보이고, 이름 모를 들풀도 보인다. 한걸음 더 다가가면 지나가는 바람도 보이고, 그녀의 꿈도 보이는 듯하다. 거기에는 우리의 삶 속에서 그녀가 간직한 ‘머무는 순간’의 아름다움이 있다. 색과의 대화를 통해 주저 없이 노란색, 연두색, 주황색 등의 따뜻함으로 화면을 채우는 드라마성이 있다.
화면의 평온함과 생기가 흐르는 초록빛에 시선이 멈춘다. 우리가 각자 주어진 곳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듯, 식물들도 각자 그 곳에서 발 딛고, 꽃을 피우고 사랑하며 살아간다. 씨앗이 날아가다 닿은 그 어느 곳에서라도 뿌리내리고 살아가듯, 그녀는 자신만의 색으로, 희망의 씨앗이 자라듯 그곳에서 생기 있게 숨 쉬고 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초록의 터치가 조금씩 조금씩 황량한 아스팔트를 걸어온 관람자들을 위로할 것이다. 생동감과 환희의 노랑, 아련함과 추억의 레드, 기대와 소망의 퍼플, 희망과 도전의 블루를 통하여 아름다운 삶의 순간을 소환해 낼 것이다.
계단을 힘겹게 올라 ‘머무는 순간’을 만나고 나면, 아주 오랜 옛날 보았던 구름처럼 한없이 큰 세상이 펼쳐질 것이다. 기억이 하얗게 지워지는 사랑하는 어머니와의 추억도 보일 것이다. 여섯 번의 강산의 변화를 겪은 그녀의 색채들은 다양한 형태로 내면에 깊숙이 자리하여 자신만의 색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경아는 다섯 가지 색을 모티브로 ‘색과의 대화’라는 연작에서, 우리의 시각에 익숙해져 있는 풍경에 슬쩍 자신의 무늬를 얹어 눈에 띠지 않게 변형시킨다. 다양한 필치로 자연에서 발견한 리듬감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그림은 주로 물과 하늘에 닿아있다. 작업은 언뜻 보기에 평범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쉼표를 찍는 그녀만의 화법이 있다. 내적 성찰로 가득 찬 풍경은 자아의 메타포이다, 자연과 인간의 시선이 교차된 균형, 그 경계에서 풍경의 정체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풍경은 애정 어린 연민이 담겨있는 회복의 시간이 된다. 이경아의 ‘머무는 순간’을 통해서 우리는 삶의 휴식, 힐링이 가능해진다. 그녀의 색과 그녀의 역설과 순수함이 욕망의 비이커 속에서 배양되고 있다. 이제 막 마침표를 앞둔,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그녀의 성장통을 기대한다.
Moments of Stay–Dialogue of Colors
Jeong Kyung-sik(Art Critic)
Here is a painter standing on the green ground.
Plants on the loess-colored earth, plants rooted in their own places as if relying on each other, resemble the sun. Yellow that emits visible light, and light green that grows in the cracks of plants, the flow of those colors becomes the source of her paintings. The brush strokes harmonize gracefully in the sunlight-filled canvas, and the gaze stays on the fantasy of the beautiful reverberation.
Looking back, the colors and touches are as natural as the paintings that were originally there. The paintings looking at me like a cup of tea that someone carefully prepared… … . If you raise your head and take a step closer, you will see a handful of dirt, and you will see an unknown field grass. If you take a step closer, you can see the wind passing by, and you can see her dream. And there is the beauty of the ‘staying moment’ she cherishes in our lives. Through dialogue of colors, there is drama that fills the screen with warmth of yellow, light green, and orange without hesitation.
Then, the gaze stops at the green light flowing with tranquility and vitality. Just as each of us lives to the best of our abilities in a given place, each plant takes root, blooms, and lives in love. Just as seeds fly and take root anywhere they touch, she lives there with her own color, as if a seed of hope grows.
The touch of green that fills the exhibition hall will comfort the viewers who have walked on the desolate asphalt little by little. We will summon beautiful moments of life through yellow of liveliness and joy, red of nostalgia and memories, purple of hope and anticipation, and blue of hope and challenge.
After struggling up the stairs and encountering the ‘Moments of Stay’, an infinitely large world will unfold like the clouds you have seen a long time ago. You will also see memories with your beloved mother whose memories will be erased in white. Her colors, which have undergone strong and acidic changes six times, are deeply seated in the inner world in various forms, creating her own colors.
In a series of works titled ‘Dialogue of Colors’, with the motif of five colors, Lee Kyung-ah gently puts her pattern on the landscape that is familiar with our perspective and transforms it so that it does not stand out. It vividly expresses the rhythm found in nature with various strokes. Her paintings mainly touch the water and the sky. At first glance, the work looks ordinary, but if you look closely, there is her own way of speaking with a comma. A landscape filled with introspection is a metaphor for the self, a balance in which nature and human gaze intersect, and speaks of the identity of the landscape at the boundary. Because of this, the landscape becomes a time of recovery with affectionate compassion. Through Lee Kyung-ah’s ‘staying moment’, we can relax and heal in life. Her color, her paradox and innocence are still being nurtured in the beaker of desire. We look forward to her growing pains as she is about to reach the end and a new begin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