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은 개인전 VIVID
배정은
2020 12/23 – 12/28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VIVID
새벽을 깨우는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밝은 세상을 불러들이는 빛의 전령으로서 인류 보편적으로 신성하게 여겨왔다.
짐작해보면, 오래 전 우리 조상들에게 밤은 편안한 휴식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어둠을 틈타 침투할지도 모르는 낯선 존재들을 향한 긴장 속의 숨죽임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들리는 닭의 울음소리는 그들에게 그저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는 신호가 아니라,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구원의 소리 같이 느껴졌으리라.
정보화 사회는 우리의 경험을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듯 딱딱 떨어지는 균질적인 사건들로 바꾸어놓았다. 정보를 숫자로 변환하여 다루는 방식인 디지털 속의 세상에서 1은 1이고, 2는 2이며, 그 중간 값은 존재하지 않는다.
태양이 떠오르는 하늘을 이성, 문명, 드러남의 영역이라고 한다면, 태양이 지는 땅은 감성, 본능, 사라짐의 영역이다. 십이 지신 가운데 유일하게 하늘과 땅을 오가는 동물인 닭은 두 영역에 걸친 존재답게 어둠과 빛이 섞인 새벽에 홰를 치며 운다. 그렇다면 닭은 대립되는 두 세계 사이에 걸친 존재를 상징하고, 닭의 울음은 그것이 인간의 실존임을 각성하라는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모호함을 견디는 존재 말이다.
생명은 정의내리는 순간 저만큼 앞서 가버린다. 모든 것을 창조하며 역동하는 생명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내 존재를 활짝 열어 그 활기참에 합류하는 것, 그것 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므로 생기 넘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