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하린 개인전
탁하린
2021 10/13 – 10/18
2 전시장 (2F)
탁하린
작가 노트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여러 경험은 작가의 다양한 호기심 충족과 더불어 다방면으로 관심의 폭을 넓히고 삶의 깊이가 깊어지는 긍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의 차이, 문화적 이해의 차이에서 오는 여러 부분은 작게는 해프닝으로, 넓게는 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어려움을 겪게 하였다.
이는 작가가 떠났던 파리에서도, 다시 돌아온 서울에서도 이방인으로 살게 했다. 오랜 이주의 경험은 삶에 하나의 경계를 만들었다. 떠나온 사회에 대한 ‘이방인’의 시선과 시각, 이해와 감상은 현재 속해 있는 사회에 대한 시각과 이해만큼 달라져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고 이는 본인을 ‘이방인’으로 존재하게 하였다.
각자 사는 모습의 다양성만큼, 다양한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고, 그로 인해 우리는 자의 반 타의 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산다고 깨닫게 된 후, 작가 본인에서 시작한 작업은 타자와 외부에 관한 관심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되었다.
주로 사용하던 원색적이고 화려한 색과 독특한 장식적 표현들은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L’Etranger 이방인> 시리즈를 시작으로 모든 색과 존재감을 지우기 시작했다. 화이트 큐브 세상 속에서 최대한 튀거나 도드라져 보이지 않게, 자발적으로 색을 지웠다. 작가에게 흰색이란 색이기 이전에 부재를 의미하며, 어떠한 감정도 활기도 주지 않는 무미건조함이면서도, 주변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아주 예민한 색이다.
네모난 세상 속에서 색이 없는 전과는 전혀 다른 작업을 하며 작가는 소리와 기척을 죽인다. 그리고는 거즈를 훼손하고 실을 아주 잘게 자른 후 다시 붙이는 해체-반복-결합의 중첩 과정을 통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부재나 결여 속에서 포기하거나, 고립되거나, 안주하지 않고, 더 단단해지고, 성숙해져, 배척하고 차별하는 사회에 적당히 타협하기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작가의 의지를 작업에 담았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어딘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또 다른 나_이방인들의 공감과 위안, 치유를 바라며 꾸준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이방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