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동인 개인전 어느날 본 (one day I saw)

탁동인
2018 08/21 – 08/27
3 전시장 (3F)

어느날 본(one day I saw) – 작업노트

 

휴식을 위해 떠난 낯선 여행지나 가까운 산을 올라 바라본 풍경은 내 작업의 모티브가 된다. 어떠한 인위적인 흔적도 없는 순수한 자연 안에서 유희를 꿈꾸기도 하고, 오롯이 홀로 여유를 만끽 하며 사색하기도 한다. 이렇게 나의 시선을 붙잡는 익숙한 풍경은 교감과 소통의 대상이 되며 특별한 의미를 형성시킨다.

화면위에 구현된 풍경은 실제 마주한 자연의 모습이 나의 주관적인 정서와 기억에 따라 새롭게 재구성된 풍경이다. 자연 그대로의 사실적인 모습이 아니라 작가의 내면화 과정을 거친 일종의 심상적 풍경인 것이다.

풍경을 이루는 나무와 풀, 바위와 같은 자연의 개별 요소들은 대상에 대한 나의 정서를 거치면서 변형된 이미지가 되고, 반복되는 선과 점 같은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의 결합으로 나타난다. 나의 반복적인 행위로 그어진 선, 점의 요소들은 중첩되어 쌓이고 합쳐져 나무가 되고, 숲을 이루며, 더 나아가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대상에 대한 나의 정서적 반응과 끊임없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자연의 순환적인 특징이 반복의 효과로 인해 더욱 극대화 되고, 하나의 고정된 풍경이 아닌 유동적인 시간성과 순간의 율동성을 내포한다. 즉 인식된 실재의 자연이 나의 반복된 행위와 감성적 활동으로 인해 더욱 확장된 조형 공간이 되고 무한한 가능성을 내재하는 또 하나의 자연이 되는 것이다.

자연과 나의 내밀한 만남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은 현실과 이상속 풍경의 경계를 넘나들며 내안의 무수한 감정들을 마주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결과물을 통해 현장에서 느꼈던 감동과 정서를 감상자들에게 전달하고 함께 소통하고자 했다. 수많은 풍경이 교차하고 범람하는 혼란스런 지금의 시대에서 내가 만든 이상적인 풍경이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 조금이나마 소소한 여유와 평온함을 가득 채우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