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규 개인전 카페 소사이어티 Cafe Society

최대규
2020 02/05 – 02/17
본 전시장 (1F)

작년 8월 강릉에서의 개인전에 대한 추억과 기억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6개월만에 뜻밖에 다시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

지난 몇 개월은 작가로서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 학교 강의를 비롯해 여러 전시와 쏟아지는 주문량을 대응하느라 작업실을 떠나지 못하는 날이 지속되었었다.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준 일면에는 ‘커피와 차’가 있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마른 수건을 쥐어짜듯이 육체적, 정신적 피로의 각성을 통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식물이 자신을 갉아먹는 곤충에 대응하기 위해 합성하는 250종 알킬로이드의 대표적인 것에 커피의 카페인과 담배의 니코틴과 양귀비의 파파베린이 있지만 카페인은 담배나 아편과 다르게 인류 역사를 긍정적으로 바꿨다. 금번 전시가 화학식 C8H10N4O2인 카페인에 의존했음을 부인할 수 없음이다.

금번 전시의 주제는 1930년대 헐리우드와 뉴욕이 무대였던 거장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비롯되었다. 신분과 재산의 유무를 떠나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어우러지는 사회, 모든 것이 논점이 될 수 있는 생각이 열린 사회, 사랑으로 하나되는 사회가 ‘카페 소사이어티’가 추구하는 본 모습은 아닐었을지…. 주제에서 보여지듯이 작품들은 지난 개인전에 이어 연속적으로 커피웨어와 차도구를 중심으로 전시된다.

믹스커피에서 에스프레소 머신을 지나, 핸드브루잉 커피를 처음 맞이했을 때의 감동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다도가가 다원에서 직접 관리하여 내려 준 유기농 차에 대한 기억도 오랫동안 혀 속에 머물고 있다. 카페인 찬양론자는 아니지만 ‘피로 사회’의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숙명의 카페인을 좀 더 건강하게 애호하며 즐길 수 있게 다양한 핸드브루잉을 위한 커피웨어와 티세레모니를 위한 차도구를 전시하였다.

기물의 아름다운 조형적 요소와 환원소성에서 발현되는 흙 본연의 자연스런 컬러, 커피와 차의 유체역학적 기능성이 작업의 주요 모티브이며, 지나친 장식보다는 내추럴한 감성의 기물을 추구하였다.

현대인들은 계몽주의 시대 커피로 쟁취한 자유를 포기하고 노예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지만, 자신을 위한 노예로, 치열한 삶의 노예로 살아가기 위한 방편이라면 한잔의 커피, 한 모금의 차가 삶의 커다란 위안과 행복이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몸속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워주는 모닝커피와 나른한 오후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차는 오늘도 습관적으로 행해진다.

‘피로사회’ 시민인 나의 DNA는 거부할 수 없는 ‘커피와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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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번 전시를 위해 여러모로 다방면에서 도움주신 모든 분들, 내가 좋아하는 커피웨어와 차도구 작업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해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