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정 개인전 조명하는 존재 -변칙적 층위-
정현정
2019 12/25 – 01/06
2 전시장 (2F)
illuminating existence는 ‘조명하는 존재’와 ‘이해를 돕는 존재’, ‘분명하게 하는 존재’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이는 연구자의 종교적인 의미로서의 빛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빛은 눈으로 보이지만 존재를 인식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하게 되므로 그 자체에 대한 신비감은 더해간다. 이러한 빛의 형상을 기하학적 추상의 ‘빛’으로, 또한 작품 안에서 보이는 존재로 이미지화함으로서, 역동적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모티프들의 인지적 효과로는 사선의 역동성과 수직의 역동성 등 ‘역동성’에 주목한다. 이러한 조형의 원리는 디멘션 교차로서의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주로 빛을 상징하는 특수성을 지닌 오브제 (painting으로 재현이 어려운 오브제)와 페인팅의 조합으로 모티프 자체에서 발생하는 빛과 그 경계면에서 발생하는 빛을 구현한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기하학적 구성요소들은 규칙성을 띄기도 하지만, 불규칙성, 이를테면 규칙으로부터의 탈주를 보이고 있다. 불규칙성은 인간의 삶속에서 우연이라고 말하는, 혹은 예기치 못한 불확실한 인간의 삶에 대한 사고에서 비롯되며 이는 화면에서 조형요소들의 변칙적 배열의 양상으로 드러난다.
한편, 프랑스 사상가 가타리 (Félix Guattari)는 그의 저서 《카오스모제》에서 그의 분열분석과 생태철학이 만나, ‘카오스모제'(chaosmose)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출해냈다. 이는 카오스(chaos, 혼돈), 코스모스(cosmos, 질서), 오모제(omose, 상호침투)의 합성어로, 혼돈과 질서가 상호 침투하는 생성의 과정을 일컫는다. 가타리는 새로운 생태적 개념을 제시했는데, 이질적이고 특이한 다양한 주체들이 모여 있어야 생태적 다양성이 커질 수 있으며, 특이한 것들이 나타나 기존의 질서를 새롭게 구축해야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카오스모제 속에서 예술적 생성을 통해 새로운 자기 준거를 만들어 갈 것을 촉구한다.
나의 작품은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상호작용을 일으키듯 카오스모제로서의 빛의 의미를 지닌다. 이를테면, 불규칙적, 변칙적(anomalous) 피스(piece)들의 조합으로 어울리지 않는 매체들과 모티프들이 일종의 집적의 상태로 드러나게 한다. 여기서 말하는 변칙적 피스는 변형캔버스, panel, 그 밖의 오브제와 그려진 모티프를 포함하여 일컫는 말이다. 즉, 이러한 변칙적 피스들은 일련의 흐름 속에서 층위로 구현되는데 나는 이를 변칙적 층위(anomalous layer)로 명명하고자 한다. 이는 고정점을 향해 형상이 규칙적으로 드러나다 탈주하듯 변칙과 마주했을 때 일어나는 조형의 균형으로의 구축된 결과물이다. 마치, 우연처럼 던져진 ‘변칙’에 대응하며 그 다양성 속에서 균형을 잡는다. 일종의 불규칙, 부조화 속 조화를 형성하며 그 과정 자체로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카오스와도 같은, 삶속에서 발생되는 우연적 사건에 대한 창조적 대응으로 환원적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기하학적 형상으로 드러나는 은유의 대상은 빛과 어두움 사이를 유영하며 때론 방향성을 추구하며 밝게 빛나는 상태, 혹은 혼돈의 상태, 분리 또는 불안정한 상태를 느끼게 한다. 이는 결국 아름다움에 대한 표현이길 원하며 인간 실존의 빛을 내포한다.
– 작가노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