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정 개인전 아뜰리에 작가전

이언정
2018 08/01 – 08/06
3 전시장 (3F)

<작가노트>

본인의 작업 주제인 ‘도시’는 우리 삶의 기반이자 매우 중요한 화두입니다. 본인은 우리의 공간에 대한 심도 있고 다양한 담론을 끌어낼 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합니다.

지금, 우리의 공간인 도시에 대한 인식과 담론은 단편적이며 부정적 시선이 주를 이룹니다.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인간 소외, 불평등, 낙후된 공간 등 현대 도시가 지닌 어두운 일면이 부각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삶의 공간에 대한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현대 도시의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들을 이해하고 살펴보는 다양한 시각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본인은 판화 작업을 통해 도시의 다양한 이미지와 상징, 그것들이 품고 있는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와 아름다움을 <City> 연작으로 그려내려 합니다. 현대 도시가 지닌 긍정적 잠재성을 포함하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극복한 모두가 살기 좋은,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려 합니다.

달콤하고 아름다운 색을 띤 건물들과 흥미롭고 다양한 시간과 공간들의 변주를 통해 감상자에게 ‘당신이 머무는 도시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어요’라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 또한, 작품을 바라보는 관람객이 상상의 도시를 마음껏 바라보며 편안히 그 안에서 머무르는 ‘산책자’가 되길 바랍니다.

 

<평론글>

– 이언정, 익숙한 그러나 낯선, 나만의 공간
 
한 때 사람들은 도시 공간을 동경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처음에 도시 공간은 마치 만국박람회장처럼 무엇이건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고 늘 변화하는 역동적 공간처럼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화가 반복되면 두근두근하며 기대했던 바로 그 변화가 권태의 원인이 되고, 새로움이 반복되면 바로 그 새로움이 낡은 것이 된다. 그런데 변한 것은 도시인가, 우리인가?

이언정의 유쾌한 도시는 낡고 권태로워진 도시를 다시금 변화하는 새로운 도시로 바라볼 수 있는 마법의 안경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언정의 도시가, 우리 각자가 선사받은 마법의 안경으로 바라 본 세계와 똑같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일단 저 유쾌한 도시를 보고나면 이제까지 우리가 보았던 도시는 새로운 색을 입기 시작한다.

이언정의 도시는 박람회장처럼 잡다하지만 무질서하지는 않다. 그 안에는 현재의 도시만이 아니라 과거와 미래의 도시까지 포함한 세상의 온갖 도시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 서 있고, 작은 소리들을 낸다. 시선을 멀리 두고 보았을 때 도시는 마치 경비행기를 타고 비스듬하게 바라보는 도시처럼 나타난다. 빛과 그림자는 도시의 어둠과 밝음이라는 숭고적 대비를 표현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프로젝터로 쏘아진 양 빛에 의한 생동감을 표현하기 위해 있다. 시선을 가까이 가져갔을 때 도시는 작가가 공들여 배치한 소품들로 이 도시가 무언가 아주 재밌는 일들이 일어나는 장소라는 것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품도 조금씩 진화하는데, 이러한 진화는 도시의 진화와 함께 간다. 도시가 좀 더 과감해지고 동시에 세부적이 된다. 이전에는 건물의 외양들을 통해 우리가 도시를 감상했다면 이제는 도시가 내부의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그런데 시선을 멀리, 가까이, 바깥으로, 안으로 옮기면서 도시들을 감상한 뒤에 한 가지 질문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사람들은 사라진 걸까.

 

글_정지은(미학/철학박사)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