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준 개인전 His eyes
이봉준
2020 06/17 – 06/22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나그네로 바라보다
작가 이봉준의 사진을 보면 나그네가 되어 자연과 그 안에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차근차근 조망하는 듯 하다. 작가는 몽골의 고원에서 중동의 사막을 아우르는 그의 자취 안에 관조적 시선을 유지하려 하는데, 전시의 모든 사진을 흑백으로 구성한 것도 색에 의한 감정적 유도를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보인다. 작가가 교회 장로로 활동하고 있기에 무의식적으로 사진에 배어날 수 있는 종교적인 색 조차 제어하려 한 흔적들이 언뜻언뜻 보인다. 중동 하면 떠올리기 쉬운 모스크와 아라베스크 양식의 화려한 문양과 색상으로 가득 찬 유적들 조차 흑백으로 담아냈다는 점이 흥미롭다. 다큐멘터리 하면 흑백사진을 떠올리는 얕음이 아닌, 관조적 시선을 유지하기 위한 장치로써 색의 배제. 이를 통해 작품들이 필요한 만큼의 객관성을 획득함과 동시에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속에서 배제된 색을 제멋대로 칠할 수 있게 배려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다. 아울러 흑백사진을 사랑하는 이가 보기에도 개운하고 풍부한 톤이 시각적 즐거움을 주기에, 기나 긴 작가의 여정에 발맞춰 따라가 보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깔끔하고 깊은, 마치 삼대째 이어오는 평양냉면 같은 담백한 톤을 구현하지 못했다면 기나긴 여행길을 되짚어 가는 중 물빠진 풍경들만이 가득해 지루하거나 지나치게 텁텁해 답답하지 않았을 거라 누가 장담하겠는가.
2020년 벽두에 사진가 전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