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일 개인전 징회미취(澄懷味趣)

윤일
2021 06/16 – 06/21
2 전시장 (2F)

징회미취(澄懷味趣)

천홍링(陳鴻翎)

윤일(尹一)군이 걸어온 학문의 길과 서화 작품을 살펴보면 그의 회화가 양호한 서예적 기초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점, 그리고 그의 서예 구조 및 장법은 그의 회화 구성 능력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둘은 서로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주고 받으며 그의 서화 작품에 오래도록 음미할 만한 내적 품질을 형성한다.

중국은 예로부터 ‘서화동원(書畵同源)’설을 전해왔다. 선조(線條)는 중국 회화의 대들보요, 화가의 정신을 표현한 궤적이요, 생명의 감성을 형상화한 것이요, 자연스럽게 심층적인 심리를 드러낸 것이다. 옛 사람들은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분명 글씨를 잘 쓰고,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논하는 사람은 먼저 서법에 밝아야 한다.”고 했다. 성취를 이룬 화가는 대개 서예의 선조에서 영감을 얻고 양분을 섭취하는데, 청년예술가로서의 윤일군은 마침 이 전통의 큰 길을 걸어가고 있다.

윤일군은 회화 소재나 서예의 내용을 선정할 때마다 연꽃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는 그가 불교의 지혜에 심취해 있음을 알려주기도 한다. 연꽃은 고개를 들고 쭉 뻗어 올라 홀로 고결하다. 덩굴을 치지도 않고 가지를 치지도 않으며, 붙잡는 바도 없고 걸리는 바도 없어 불교에서 이르는 출세(出世)한 인격과 꼭 맞아 떨어진다. 진흙에서 나지만 더러움에 오염되지 않는 연꽃은 불가에서 세속에 대한 해탈과 고결한 성스러움을 상징한다. 만약 화가가 연꽃과 같은 마음 가짐을 간직한다면 세속을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번뇌로부터 해탈하여 청정심을 내고 큰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윤일군이 예술 창작에 불교 사상을 담은 것은 참으로 지혜로운 선택이다.

이 시대의 젊은이로서 윤일군은 마음가짐은 보기 드물게 적극적이면서도 깨어 있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 스낵 컬처로 인한 스냅화 경향은 사람의 눈을 어지럽히고 종을 잡지 못하게 한다. 그 속을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우리는 분명 이러한 파편의 방식을 빌려서 수행의 길을 완성시킬 것이다. 마음 깊은 곳을 탐색하며 청정을 찾을 수 있다면 어지러운 길을 걷는 가운데, 조각난 파편들 속에서 즐거움을 얻게 되고, 그 조각들을 이어붙여서 감동적인 생활상을 그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정확하게 영성의 ‘취(趣)’에 초점을 맞춘 채 작품을 전개한다. ‘취(趣)’라는 것은 기민하고 활달하고 천진하다. 취는 관례와 관습을 깨고 자유롭게 창조력을 펼치는 신선한 활력이며 기존의 법도나 실리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 정신이자 유희적인 품성이다. 유가에서는 예(藝)에 노닐고 문(文)을 숭상하는 취를 말했고, 도가에서는 세속을 떠난 소요(逍遙)의 취를 말했고, 불가에서는 인연을 따르는 자재(自在)의 취를 내세웠는데, 이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역사 속 서화대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드러난다. 윤일군은 각기 다른 표현 언어로 취에 대한 그의 해석을 작품에 담는다. 연꽃시리즈에 나타낸 청아한 취, 파초시리즈에 나타낸 능숙한 기교적인 취, 서예시리즈에 나타낸 운율의 취, 소소한 일상에서 불가의 청정한 지혜를 찾는 <파편>시리즈에 나타낸 취 등을 통해 그가 추구하는 심미와 예술의 삶에 대한 사유를 보다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이 세상의 번뇌는 나일강의 모래알보다도 많기 때문에 자신을 잃는다면 진흙탕 속에 같이 묻혀버리고 말 것이다. 『금강경』에서는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야 한다(應無所住而生其心).”고 했다. 마음이 맑아지는 순간 곳곳에 연꽃이 피어날 것이다. 화가는 수행에 힘쓰며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영혼의 순정함과 평화를 간직한 채 살다가 문득 ‘깨달음’을 얻는 날, 바로 그 순간 청정하고 고결한 예술의 꽃을 활짝 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