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록생 개인전 내 속에 달이 있구나
오록생
2019 12/04 – 12/09
3 전시장 (3F)
작업노트
내 속에 달이 있구나
그림 소재로 자주 쓰이는 식물과 달은 나의 사소한 습관에서 비롯되었다.
펜을 쥐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마구 그리던 식물들의 잎은 내 휴식에 재미와 편안함을 주는 소소한 도구들이다. 거의 매일 밤 달을 찾아보는 습관적 행위는 낮에 밖에서 놀다가 밤이 되어 엄마를 다시 찾아오는 귀환하고 싶은 욕망이다.
자연 속 식재료로 쓰이는 식물들은 매일 맛보는 흔한 것들이다. 그것은 여러 생명의 또 다른 모습들로 발현되어 우리 앞에 신비의 세계를 펼쳐보이게 된다. 하지만 음식을 먹는 행위의 유의미성은 사소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되어서 생활이라는 무게에 묻혀버린다.
밥상위에 매일 올라오는 식재료들의 무덤덤한 이미지들에서 문득 고향의 향수를 머금은“편안함”을 느끼는 순간 놀라운 것을 발견을 하게 된다. 그것은 깊은 내면에 내재되어 있다가 불현 듯 드러나는 내 달이다. 내 속에 숨겨져 있던 달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그것은 지난날의 기억들에 대한 자연스런 흔적을 가진 자연으로 재창조된다.
‘편안함’이란 무엇일까?
‘편안함’이란 창조적 위력을 가진 ‘특별함’이다.
가장 편안할 때 ‘나 스러움’이 그렇게 창조된다. 자연물들과 내 달은 그렇게 생겨났고, 경이로울 정도의 완벽한 형상으로 가장 ‘나 스러움’이 최적화 되어 나타난다.
자연스런 흔적에 의해 변화무쌍하게 산재되어 있는 욕망들이 조용히 평화롭게 질서정연하게 안정되어 있다.
내 달은 편안함을 느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어릴 적 엄마가 잘 자라고 ‘등’을 토닥여 줄 때 평온함이 있다. 평소 내 뒤에 있는지조차 의식하지 못했던 ‘등’의 존재가 매일 밤 뜨는 ‘달’처럼 늘 그렇게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될 때 달은 제 빛을 발한다.
나도 모르게 낙서하듯 공간을 채워 나가는 일들은 어느덧 편안한 무의식의 흐름에 나를 맡기게 되며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잎들은 내 그림에서 달, 숲, 자연으로 확대 된다.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을 찾아서 무의식적으로 행한 습관들의 결정체인 달과 식물들은 알 수도, 볼 수도 없는 그 무엇을 그리워하며 얻어진 결정체 들이다.
달과 식물들이 있는 나의 알 수 없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조심스런 작업은 사라지기 쉬운 신기류를 쫒는 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 불현 듯 나는 밤하늘의 달을 보며 또 다른 내 달과 강한 에너지를 주고받는다.
어린왕자가 여행한 끝이 보이지 않는 별들처럼, 내 심연 세계는 하나의 숲이지만 각각이 다른 기억들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스런 흔적들이며 나를 찾아가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