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천 개인전 〈탈·색〉

쉬천
2024 08/28 – 09/03
특별 전시장 (B1)

〈탈·색〉

쉬천(徐晨)의 〈탈·색〉(脫‧色) 전시회에서 발표된 작품들을 보고 매우 뿌듯했다. 이 작품들은 그녀의 예술 창작 과정에서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색채, 형식 및 철학적 사고에 대한 그녀의 심층적인 이해를 반영하고 있다. 이 일련의 작품을 통해 그녀는 전통 회화에서의 색채 의존에서 벗어나, 보다 주관적인 방식을 통해 자신의 삶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창작 방식은 그녀의 예술 탐구 과정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나타내며, 동시에 그녀의 내면세계에 대한 중요한 표현이기도 하다.

쉬천의 작품은 선종철학, 특히 ‘색(色)’과 ‘공(空)’ 사이의 미묘하고 복잡한 관계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간결한 필묵과 여백을 통해 전통 회화에서 색채와 형식에 대한 의존을 깨뜨리려 했으며, 관람객을 복잡한 시각적 경험에서 벗어나 보다 고요하고 순수한 정신적 공간으로 유도하고자 하였다. 이는 시각 언어의 단순화일 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그녀의 작품에 나타난 선종사상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사상을 예술 창작에 녹여내는 능력은 예술적 소양에서의 중요한 발전이다.

이들 작품에서 여백의 활용은 더 이상 전통적인 의미의 여백이 아니라, 작품의 필수적이고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여백은 단순히 화면 구성의 일부가 아니라, 표면 뒤에 숨겨진 미에 대한 탐구와 표현으로 볼 수 있다. 그녀는 이를 통해 선종철학의 “머무름 없음을 근본으로 삼다[以無住爲本]”라는 이념을 예술언어로 바꾸는 데 성공하였고,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내면의 고요함과 지혜를 찾을 수 있도록 내면을 비추는 거울을 제공하였다. 노자께서 “오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한다.”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녀는 색채를 극도로 단순화하여 관람객의 시각적 고정관념을 깨고, 형식의 속박에서 벗어나 더 깊은 정신적 의미를 탐구하도록 이끌고자 하였다.

필자는 이 전시회를 통해 쉬천이 예술적 표현에서 눈에 띄는 진전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관람자들에게 깊이 있는 사유와 정신적 탐구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창작 과정에서 그녀가 보여준 선종 사상에 대한 이해와 이러한 사상을 예술 표현과 결합하는 능력이 그녀가 예술의 길에서 탄탄하고 안정된 발걸음을 내딛고 있음을 보여주기를 바란다.

필자는 쉬천의 이번 진전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그녀의 미래 예술 발전에 대한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창작 과정에서도 이러한 탐구 정신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예술의 길을 계속 걸어가, 더 많은 깊이 있는 감동적인 작품을 창조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