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란 개인전 절제되고 정제된 조형언어로 빚은 사과나무
송혜란
2019 08/28 – 09/02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송혜란 작품전
절제되고 정제된 조형언어로 빚은 사과나무
신항섭(미술평론가)
그림은 형식과 내용이 등가를 이루는 것이 이상적이다. 물론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와 같은 실재하는 물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형식이 우선한다. 이때 내용은 형식의 부산물 정도에 그치게 마련이다. 반면에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를 전제로 하는 그림에서는 내용이 형식을 선도하게 된다. 이럴 경우 형식은 내용을 보조하는 선에서 그친다. 어느 경우든 작가는 형식과 내용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균등한 상황이 되도록 고심하며 작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혜란은 사과나무라는 특정 소재를 통해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라는 형식을 추구한다. 여기에서 사과나무는 세상을 향해 얘기하고 싶은 그 자신의 속마음을 전하는 메신저가 된다. 사실주의 및 자연주의 회화에서 취하는, 풍경화적인 소재로서의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담는 그릇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사과나무는 실제의 형태와는 달리 현대적인 표현기법 및 방법에 의해 재해석된다. 그러기에 실제와는 다른 이미지로 나타난다. 사과나무라는 전제가 없으면 사과나무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변형되고 있다. 실제의 색과 무관한 단색조의 색채이미지로 통일하는 채색기법도 현대적인 표현방식이다.
현대미학은 기존의 재현적인 표현기법 자체를 부정하는데서 출발한다. 사실적인 형태는 물론이려니와 현실적인 공간감조차 무시한 채 비재현적인 이미지를 지향한다. 설령 실재하는 물상을 대상으로 할지라도 형태의 재해석이라는 방법으로 변형하거나 왜곡하는 수법을 통해 실제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바꾸어 놓는다. 여기에서 작가의 생각이 작업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된다. 형태를 변형하고 왜곡하는 그 자체가 작가의 생각, 즉 조형적인 의도를 내포하는 까닭이다.
그는 사과나무를 중심적인 소재로 채택하고 있으나 가옥이나 건물, 장독, 올빼미, 해, 달 등 부수적인 소재들을 첨가하면서 작품마다 그와 관련한 독립적인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럴 때는 풍경으로서의 사과나무가 되는 셈이다. 반면에 기하학적인 원형의 이미지 속에 함축되는 사과나무는 개념적으로 바뀐다. 사과나무의 본래적인 형태는 간데없이 사과나무가 가지고 있는 몇 가지 조건이 회화적인 조형언어로 바뀐다. 회화적인 이미지로서의 사과나무 및 그와 관련한 조형언어는 원형 또는 타원형이라는 개념적인 이미지로 표현된다. 둥근 사과와 둥근 해 및 달의 형태가 원형의 이미지 또는 단색조의 색채이미지라는 개념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원형의 이미지에 압축되고 집적되는 작업의 경우 사과와 나뭇잎 그리고 자잘한 가지들이 혼재하는 상황은 사과나무라는 전제가 없으면 사과나무임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원 안에 빼곡히 들어차는 무수한 잎과 가지 그리고 사과는 기하학적인 이미지에 가깝게 도식화된다. 실상으로서의 형태감각을 상실한 인위적인 이미지로 바뀌는 것이다.
이렇듯 형태의 재해석은 개별적인 형식을 위한 기반이 된다. 의도적으로 형태를 변형하거나 왜곡시킴으로써 자신이 의도하는 조형개념을 관철시킬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작품에 따라서는 사과나무가 아닌 보통 숲에서 볼 수 있는 나무 이미지들도 있다. 이런 나무의 경우에는 가옥이나 건물 또는 일반적인 풍경의 나무로 표현된다. 하지만 그 전체적인 이미지는 사과나무와 다를 바 없다.
어쩌면 사과나무를 재해석하여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은 개인적인 사상 및 철학의 반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과나무는 일테면 내용을 담기 위한 매개물인 셈이다. 그의 작업에 등장하는 사과나무는 나와 가족, 나와 예술, 나와 세상의 관계를 되돌아보자는 의미인지 모른다. 사과나무는 이러한 관계를 설명하고 연결하는데 필요한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의 개념 또한 사과를 가져다주는 과일나무로서의 유익함과 친숙성에 잘 어울린다. 그러고 보면 사과나무는 개인적인 꿈과 사랑과 행복을 대체할 수 있는, 이 세상의 과일이라는 전제야말로 조형적으로 개념화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에게 어머니의 장독과 같은 추억의 연결고리에 사과나무와 과수원의 이미지가 오버랩 되는지 모른다. 사과나무가 있는 과수원 풍경은 서정성이 짙다. 아련한 그리움과 같은 정서가 포진하는 과수원 풍경은 추억의 곳간과 같은 존재일 수 있다. 그의 그림에 내재하는 정서는 바로 여기에서 발단한다. 미적 감정을 유도하는 소재로서의 사과나무가 소재를 넘어 제재가 되는 것도 이에 연유한다. 누구에게나 거부감이 없는 사과나무를 중심적인 이미지로 설정하고, 거기에 가정과 가족을 상징하는 집과 올빼미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추억의 장면을 덧붙임으로써 아름다운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이들 소재 이외에 해와 달은 물론이려니와 자연풍경도 가세한다. 어느 소재 어떤 풍경이든 형태를 단순화하거나 변형하고 왜곡시키는 수법으로 그만의 형식적인 질서를 만들어간다. 사과와 나뭇잎 그리고 줄기를 하나의 조형적인 단위로 설정함으로써 원형의 이미지가 개입된다. 사과 및 잎 그리고 줄기는 모두 기하학적인 구조를 가지면서 원형의 이미지 또는 반원형이나 타원형에 근사한 대형의 이미지에 통합된다. 이때 둥근 원형의 이미지는 해와 달을 상징하고 반원형이나 타원형에 가까운 이미지는 사과나무 또는 산이나 숲에 근사하다.
그의 작업은 어느 형태든 구조적으로 매우 견고하다. 기하학적인 패턴임에도 불구하고 차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세련미로 치장된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처리되는 형태미는 정제된 아름다움을 수반한다. 사려 깊은 사고와 명민한 미적 감성 그리고 풍부한 미적 감정을 유도하면서 세련된 조형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조그만 가옥들이 층층이 이어지는 풍경은 그의 탐미적인 시각을 여실히 반영한다. 풍경적인 그림이든 개념적인 그림이든 그 무엇을 덧붙이더라도 절제미로 귀결케 하는 미적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 이번 전시는 좀 더 세련되면서도 우아한 회화성이 풍부한 미의 세계로 진입하는 그 디딤돌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송혜란(Song, hea ran)
서울산업대 조형예술학과 졸업
개인전 12회
1988 화인회창립전(경인미술관)
1994-1995 화인회전 5~6회(경인미술관)
의식의 확산전(예술의 전당)
1997 한국 미술협회전(예술의전당)
1998 서울 아카데미 회원전(서울갤러리)
제주 소품 초대전(금란갤러리)
1999 봄바람 소품전(후정갤러리)
내면의 울림전(나화랑)
자연과 만남전 (종로갤러리)
2000 서울 아카데미 회원전 (공평아트센터)
인도네팔 스케치 초대전 (백송화랑)
갤러리 도올 소품 초대전 (갤러리 도올)
대한민국 회화제 (세종문화회관)
2001 서울 아카데미 정기전 (공평아트센터)
2002 김천 문예 예술회관 초대전 (문화회관)
본화랑 소품 초대전(본화랑)
2003 독립운동특별기록화 초대전(독립기념관)
2004 독립운동인물화초대전(독립기념관)
다다익선전 (드림갤러리 )
2005 7인의 하모니전(갤러리 숲)
대한민국회화제(세종문화회관)
서울아카데미정기전(서울갤러리)
2006 한국 초상화 협회전
KSOPA(한전 프라자 갤러리)
중국 사천성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전(중국)
중국사천성 스케치전 (갤러리 수용화)
중국 성도 초대전 (사천국립현대미술관)
2007 송울진전 (청소년 수련관 대구 메트로갤러리)
광진미협 구상작가 100호 초대전(광진문화예술회관)
2008 가가갤러리 개관기념 초대전(가가갤러리)
서울아카데미상 수상(08)(동덕갤러리)
25人 三色 회음전 (삼현갤러리)
2009 제주 문화원 서울아카데미 초대전(제주문화예술회관)
제주 현인갤러리 서울아카데미 초대전(현인갤러리)
서울 광갤러리 아카데미 소품초대전(광갤러리)
구상현대 미술비젼 6인 초대전 (클링)
다한 갤러리 오픈초대전(다한갤러리)
2010 광진 미술 협회전(나루아트센터)
송 울진전(울진 문화예술회관, 울진청소년수련관)
서울아카데미정기전(서울미술관)
한국미술협회특별기증전(공평갤러리)
숭례문복원성공기원전(서울미술관)
지구촌어린이를 위한 전시회 행복을 주는 사람들(아트에셋)
가을 바다 울진 상상전
2011 기획초대전 향수의 일상 (청원 군립 대청호미술관)
2011 한국 구상대제전(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2012 세종호텔 기획초대개인전(세종갤러리)
2012 한국구상대제전(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013 서울아카데미전(공평 갤러리)
광진미협전(광진문화예술회관)
kama 회원전 (인사아트갤러리)
2014 기획초대개인전(갤러리아띠)
Affordable Art Fair (HKCEC)
Affordable Art Fair (Singapore)
2015 아카데미 정기전(덕원갤러리)
kama 회원전 (인사아트갤러리)
2016 개인소품전(올미갤러리)
기획초대개인전(아산병원갤러리)
2017 서울아카데미 정기전(한전아트센터)
kama 정기전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화랑미술제 (coex Hall D)
2018 서울아카데미 (인사아트프라자갤러리)
화랑미술제(coex Hall D)
kama 정기전 (인사아트갤러리)
2019 서울아카데미(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화랑미술제 (coex Hall C)
現: 서울아카데미, 광진미협, k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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