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용 개인전

송무용
2024 10/09 – 10/15
3 전시장 (3F)

오름에 구름 가듯

 

오름에 올랐다.

인적이 끊어진 오름엔 억새와 바람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린다.

서녘 하늘을 깊게 물들인 노을을 가로질러

새들이 무리 지어 자유롭게 날고 있다.

어둠이 깔리는 적막 속에서 저세상으로 가신 어머니와

먼저 떠난 친구를 떠올리며 온갖 상념에 사로잡힌다.

삶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거침없는 바람처럼

정처없는 구름처럼

다시 일어서는 억새처럼

그렇게 살라고 오름이 말하는 듯했다.

 

어둠이 짙게 드리워진 오름 사이에 펼쳐진 서쪽 하늘이

슬프고 아름답다.

바람과 구름, 억새 소리에 귀 기울이며 텅빈 마음으로

오름을 내려왔다.

 

(아날로그 흑백 작업 노트)

 

전시된 작품은 전통적 흑백사진 제작 방법에 따라 작가가 암실에서 직접 만든 아날로그 흑백사진이다. 코닥TX 400과 일포드HP5 400, 일포드FP4 125 등 중형흑백필름을 사용했고, 중형카메라인 Hasselblad와 50㎜ 렌즈, 80㎜ 렌즈, 150㎜ 렌즈를 이용하여 촬영하였다. 고급 화이버 베이스(fiber base)의 일포드 art 300 인화지를 사용하여 사물의 질감과 사진 톤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었다. 색상의 변화가 없는 반영구적 사진 보존을 위해 완전한 수세와 전통적인 흑백 은염 프린트(gelatin silver print) 제작방식에 따라 작품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