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준호 개인전 Hawaii
손준호
2020 01/08 – 01/20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Hawaii (하와이)
휴가지를 가서도 매 순간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가로써의 오래된 습성이지만, 요즘의 블로거나 유튜버들 보다 열심히 찍지는 못하는 것 같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촬영한 사진을 고르고 수정하여 전시를 위해 디아섹(diasec)으로 마무리한 액자를 받아 들어도 소위 말하는 달력 사진보다 나은 이유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았다. 단순히 기술의 문제라면 재촬영을 하거나 더 좋은 장비를 구해 해결하면 되겠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 같지 않았다.
19세기, 카메라가 개발되고 ‘신상’ 흑백 사진에 설 자리를 잃은 청년 화가들의 선택지는 인상주의라는 판타지였다. 그렇게 좌절의 순간 도달한 막막한 현실의 도피처는 관성적인 작업을 버리고 만난 모더니즘의 첫 파도가 되어주었다.
지금 내 앞에 테이블 쏘(table saw) 위에는 최근에 인화한 디아섹의 사진들이 잔뜩 올려져 있다. 며칠밤 온몸으로 구어 낸 도자기를 스스로 깨버리는 도공처럼, 고향으로 휴가를 다녀온 사람들이 털어버리고 온 현실의 짐처럼, 굵은 톱날에 의해 갉아 먹히는 사진은 굉음을 내며 가로로 켜지고 세로로 잘려 나갔다.
이제, 이 조각난 사진들은 어떻게 막막한 현실의 새로운 도피처와 판타지가 되어줄까?
———————————————————————————–
* 하와이라는 명칭은 옛 폴리네시안어로 ‘고향’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