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그리고 종이접기 단체전

빛, 그리고 종이접기 단체
2024 11/06 – 11/12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빛, 그리고 종이접기

 

언뜻 보면 크게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두 오브제를 하나로 엮으며 이번 전시는 출발했습니다. 종이접기는 다른 조형 예술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선과 면의 표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들이 빚어내는 선과 면들이야말로 종이접기가 가진 아름다움의 정수이며, 이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것이 바로 빛입니다. 적절하게 떨어지는 빛은 자연스레 작품이 가진 선과 면들에 음영을 더하게 되고 이런 대비효과를 통해 작품의 심미성은 더욱 깊어집니다. 다른 모든 전시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종이접기는 빛의 세기와 방향에 따라 작품이 완전히 다르게 보일 수 있는 분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저희는 빛의 3원색인 RGB(Red, Green, Blue)를 컨셉으로 잡고 작품에 색을 입혀보기로 했습니다. 종이접기의 순수하고 원초적인 면을 강조하기 위해 모든 작품을 흰색으로 통일했던 제1회 전시와 달리, 이번에는 색을 도입하기로 한 것입니다. 각각의 작가들이 레드, 그린, 블루 그리고 화이트에 해당하는 작품을 각각 1점씩 제작했고 이를 색상별로 모아서 전시했습니다. 같은 색이라 할지라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에 따라 주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의 재미 요소인 것 같습니다. 각 색상의 느낌과 가장 부합하는 작품을 각자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제1회 전시에서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 “이 작품들이 정말로 다 한 장이냐?”라는 것이었습니다. 전시회에 출품된 모든 작품은 자르지 않은 정사각형 한 장을 오직 접어서 만든 것들로, 완성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공정을 거치게 됩니다. 간혹 가위를 써서 종이를 자르면 더 쉽게 원하는 모양을 낼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냐고 질문을 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기에는 아주 간단하고 원초적인 대답을 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그것이 ‘종이접기’니까요!”

 

대중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종이접기는 칼이나 가위, 풀 등을 함께 쓰는 종이 공작과 혼합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른 개념이며 추구하는 방향성 또한 완전히 다릅니다. 종이를 자르지 않고 손톱이나 발톱같이 세세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치밀하게 계산된 각도의 접기 선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들이 모여 만들어지는 전개도를 크리스 패턴(Crease Pattern), 줄여서 CP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여기에서도 작품과는 별개로 기하학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종이접기가 다른 예술 분야와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특징인 ‘수학과의 연관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P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해당 도록에 수록된 김진우 작가의 칼럼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 Bro Art Studio, BAS 팀은 김진우, 박종우, 장용익, 이인섭, 맹형규, 정재일, 한지우, 유태용 이렇게 총 8명의 작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자 직업도, 나이도 다르지만, 종이접기를 좋아한다는 점 하나로 뭉쳐 출판, 전시, 강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방송 출연이나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 등 개인별로도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전업 작가냐고 질문을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저희 모두는 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 직장 생활로 바쁜 와중에 이런 활동들을 하는 게 물론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이 있고 그것을 위해 시간과 열정을 쏟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입니다. 불모지와도 다름이 없는 예술적 종이접기라는 분야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하는 저희의 순수한 열정이 이 전시를 관람하시는 분들께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정말로 될까? 라는 의구심과 함께 반신반의하며 열었던 제1회 전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제2회 전시를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더 좋은 공간에서 찾아뵙게 된 만큼, 더 알찬 구성과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많이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저희의 전시가 누군가에게는 재미를, 누군가에게는 감동을,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이 한 장이 가지고 있는 무궁무진한 가능성,

ORIGAMI POTENTIAL.

그 두 번째 장을 지금 시작합니다.

 

박종우 및

전시 참여작가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