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미, 우정하, 이혜영 3인전 멈추어라 너 참 아름답구나

작가노트

박순미

삶 속에서 빚어내는 소중한 순간의 움직임들은 언제인지 모르게 점점 기억에서 멀어져 간다.

모든 순간은 영원의 행복일 수도 있기에 삶에 대한 애정은 막연하게나마 그 모두를 마음 한 구석에 추억으로 새겨둔 채 형상들을 새로운 이미지로 그려내며 마음으로 대화해 본다.

몰입의 시간 속에서 공간과 마음을 뛰어넘는 wire라는 물질을 경험하며 바느질해 나가듯 무언가로 향하는 내 마음의 결대로 이야기 속에 이야기를 담가낼 때 그림 속 형상들은 wire 특유의 시각적, 촉각적 물성을 드러내며 감각적인 색채와 어우러져 자신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아름다운 인연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렇게 추억을 돌아보며 머릿속에 기억된 과거와 오늘의 ‘더할 나위 없는 행복 (felicity)’ 을 그린다.

 

우정하

달. 달의 흔적.

23년 8월31일.

슈퍼블루문.

언제나 나와 함께 달려주던 달이 가까이 왔다. 멈춰 서서 바라본다. 달의 흔적이 맘 속 깊이 와닿는다.

물감을  덧바르고 닦아 낼 때마다  꽁꽁 싸매 놓았던 것들이 한 꺼플씩 벗겨진다.

가장 깊숙한 곳, 외로움이 아름다운 무늬가 되어 나를 보고 있다.

 

돌. 돌의 상처.

밟히고, 찍히고, 던져진다.

발자국소리,비바람 숲의 수군거림.

모두가 잠든 밤. 달에게  하소연해본다.

닳고 닳아 둥글어져  상처가 무늬로 드러난 돌은  달에게 다가간다.

모난 돌은 제 멋대로 달 주위를 날고 있다.

비우고 가벼워져서 달 에게 가보는 것.

돌의 바람이다.

달을 그리면서 돌을 비추고

그린 돌을 닦아내면서 가벼워져 본다.

 

이혜영

풀 먹은 조각 한지를 수십 번 포개어 붙인 후 건조시켜 다시 수차례 젯소칠과 채색의 과정을 통해서 완성되어진 사과 형상은 반복적인 행위인 노동집약적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 한지 원래의 쓰임은 없어지고 형태가 생성되고 회화적인 색의 깊이가 덮여진다.

나는 삶에 매몰되어 있는 존재가 아니길 희망한다.

작품을 마주하는 시간은 삶의 여정 중에 만나게 되는 온갖 감정과 사건들, 위선에 대한 성찰을 환기시키고, 작품을 통해 타자와 소통하고 질문과 의문을 가지며 인식의 한계를 끊임없이 확장시키는 미학적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