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은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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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정 : 높은 흥, 깊은 정

 

박소은

 

우리의 정서 속에는 언제나 ‘흥(興)’과 ‘정(情)’이 공존해왔다. ‘흥’은 생의 에너지이자 내면의 리듬, 존재를 움직이게 하는 예술적 감흥의 원동력이다. 반면 ‘정’은 그 에너지가 머물며 관계와 기억 속에 스며드는 감정의 결이며, 공동체적 유대의 정서적 언어이다.

이 두 감정은 상반되어 보이지만, 서로의 결핍을 채우며 ‘화(和)’라는 조화의 미학으로 수렴한다. 동양철학에서 ‘화’는 단순한 절충이나 균형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자신의 고유한 결을 유지한 채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질 때 비로소 피어나는 ‘차이의 아름다움’이다.

 

오늘날 K-컬처로 상징되는 한국의 예술 역시 이러한 정신 위에 서 있다. K-pop의 폭발적인 리듬 속에는 ‘흥’의 생명력이, 발라드의 서정과 팬덤 문화 속에는 ‘정’의 감성이 흐른다. 전통과 현대, 개인과 공동체,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오늘의 한국 예술은 바로 이 ‘흥’과 ‘정’의 조화에서 비롯된 감정의 진동이다.

 

이 전시는 그러한 ‘흥’과 ‘정’의 공존, 그리고 전통과 현대의 ‘화(和)’를 주제로 한다.

작품 속의 ‘흥’은 생명력과 운동성의 언어로, 한국인의 몸과 리듬, 축제의 감각을 시각화한다.

‘정’은 내면의 서정, 관계와 기억의 감성을 세밀한 색감과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 두 축은 각각의 세계를 향해 열려 있으면서도, 화면 안에서는 다시 하나의 조화로운 리듬으로 귀결된다.

전통 재료와 기법은 본질적으로 이러한 ‘화(和)’의 정신을 구현한다. 채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감정의 진동을 색의 농담과 결 속에서 시간과 감정, 기억이 겹겹이 쌓인 중첩의 산물이다. 이는 현대의 감각과 색채를 결합함으로써 과거의 미감이 오늘의 정서로 다시 살아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흥’의 화면에서 느껴지는 생의 진동과 색의 리듬, ‘정’의 화면에서 스며드는 서정과 정지된 시선은 서로의 세계를 비추며, 결국 하나의 감정의 파동 “높은 흥, 깊은 정”으로 귀결된다.

이 조화의 미학은 단지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한국 예술이 지닌 정신적 구조, 관계 속의 존재, 차이 속의 어울림, 시간 속의 생동을 드러낸다.

그 속에서 우리는 전통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살아 있는 ‘화(和)’의 정신, 즉 K-art가 지향하는 삶과 예술의 융합, 감정의 공명, 그리고 동시대성을 담은 한국 미학의 리듬을 마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