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슈왕옌 개인전 空中境

유.불.도 사상에서 비롯되었으며 유구한 철학적 기원을 지닌 공 공(空)사상은 중국화에서 화가의 생활 철학과 인성의 본질을 드러내는 중국의 전통예술 정신이다. 공이 있음으로써 영기(靈氣), 신기(神氣)가 화면을 관통하고 기운생동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본인의 작품에서 공은 화면의 여백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창작할 때 맑게 비운 공의 심경과 화면에 묵색으로 나타낸 몽롱하고 고요한 공, 그리고 작품에 담긴 보이지도 만질 수도 없는 정신적인 의경의 공을 함께 포함하고 있다. 한편 어떻게 하면 화면에 공을 표현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공사상에 관련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의(毅)>, <가산(家山)>, <밀경(密境)>, <소품(小品)> 등등의 연작들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어떻게 화면에 공사상을 나타낼 것인가’를 고민하였으며 항상 일상에서 얻은 창작 영감에 집중하고 전통 속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또 선배들이 확립한 다채로운 이론과 필묵 형식을 기반에 두고 자기만의 새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어서 현실적인 일상에서 얼마나 깊게, 투철하게 관찰했는지, 생활 속에서 가장 본질적인 의미가 깃든 부분을 발견해냈는지, 한정적인 화면 속에서 무한한 공의 경지를 반영해냈는지를 스스로 점검해본다.“나는 나이기 때문에 나로서 존재한다. 지난 과거의 수염과 눈썹은 나의 얼굴에 남아 있을 수 없고 지난 과거의 장기가 내 배 속에 들어 있을 수 없다. 내 장기는 내가 수습하고 내 수염과 눈썹은 내가 벗겨낸다.”중국화는 방대하고 심오한 내용을 담고 있기에 앞으로의 창작 활동을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부지런히 배워야 한다. 그리고 이를 작품에 적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더욱 잘 나타낸 작품을 창작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