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명렬 개인전 소나무 빛을 더하다
류명렬
2023 11/01 – 11/06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업노트
우연히 소나무를 만났다. 처음에는 쉼을 느꼈고, 그저 형태가 좋았다.
작업실에 들어와 큰 소나무 그림을 마주하면 기분이 좋다. ‘그냥 좋아서’ 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
대부분 나무들이 색 변신을 하며 새로운 계절에 대비해 살아남을 준비를 하는 동안에도 소나무는 맨몸 그대로 부딪히며 변화하는 환경을 맞이한다 . 심한 비바람도 차디찬 얼음 눈도 그대로 견뎌내다, 그 무게를 견디다 못해 한쪽 팔을 내어주기도 한다. 하나님이 만든 온 우주의 피조물들 중에 의미 없는 것이 있겠냐마는 내가 유난히 소나무에 특별한 느낌을 받는 것은 이런 소나무만의 특성 때문 일 것이다.
작업을 하다보면 어릴 적 부뚜막 위에 생긴 그을음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놀았듯 소나무 작업을 완성해나가는 과정에서 창작자로써 느끼는 기쁨이 있다. 이처럼 작업을 하면서 내가 느끼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더불어 소나무의 변치 않는 푸름과 강한 생명력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또한 나의 작품 앞에서 관객들이 잠시나마 쉼을 느낄 수 있다면, 화가로써 선한 영향을 끼치며 사는것에 보람을 느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업노트 중에서
평론글
<류명렬 전, 소나무로 정주하기>
류명렬의 그림을 두고, 떠오르는 개념이 있다면, 끌림이 만들어내는 진솔함과 바라보기 과정에서 느껴지는 무장해제이다. 그저 이유 없이 좋은 그림, 누구나의 꽃이 해바라기이듯이 누구나의 나무인 소나무라는 대상도 끌림의 요소이지만, 묘사의 현란함이 유발하는 상큼함도 그린 종류의 것이다. 뭔가를 그려도 참 잘 그린다는 말을 듣는 사람, 그 기본기를 대중의 정서와 편안히 연결시킬 줄 아는 보편감각도 이를 한층 고조시킨다. 사실, 어렵게 말하긴 쉽고, 쉽게 말하긴 어려운 것이 미술의 언어인데,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려고 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어려운 것은 어렵게, 쉬운 것은 쉽게 말하는 진솔함이 오히려 새로운 깨달음이 된다는 뜻밖의 경험을 그의 그림 앞에서 맛보게 되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작가론적 관점으로 작품에 의미를 덧입히거나 작품론적 관점으로 작가의 품행이 상쇄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류명렬의 소나무는 어쩐지 소나무 자체만으로도 영원히 남을 듯한 존재감을 풍기고 있다. 작품과 작가가 모두 건재해 보이는 홀가분함은 참 부럽기도 하고 화가의 입장에서는 참 샘나는 재능이기도 하다.
하삼두 (화가. 대구가톨릭대 유스티노자유대학원 교수)
작품설명
오랫동안 소나무를 소재로 작업을 해왔다.
배경을 생략하고 오직 주제 탐닉에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꿈틀꿈틀 가지는 비틀렸고 사계절 아무 변화 없어 보이지만 묘한 조형성을 가진 소나무. 붉은 듯 분홍빛의 자태에 햇볕을 머금으면 참 멋스럽다.
요즘은 여러 가지 변화를 시도해 보고 있다.
아무튼 소나무로 마음껏 노래 할 수 있어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