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천웅 개인전 Anti-Focus: Caption Series Fake It
노천웅
2022 05/04 – 05/0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캡션‘ > ‘캡션 시리즈‘ > ‘캡션: Fake It’ 의 탄생
작품 그 자체가 아닌, 작품의 정보에 집착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으로 캡션을 작품화시켰다. 더불어, 시각적 민감도를 떨어뜨림에도 예술의 대중화를 위함이라며 명작 판화에디션을 난발하고, 또 이에 열광하는 현상에 대한 비판으로 캡션작품을 직접 그려 복제해 캡션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나아가, 글을 모르면서 아는 척 낙서하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기존 캡션 작품에 적용해, 작품 앞에서 아는 체하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정확히 비춰주는 ‘캡션: Fake It’를 제작했다. 개념과 표현이 일치하는 예술성의 정점을 관통했음을 증명하는 새로운 캡션작품은, ‘Fake It: 아는 체하다, 허세를 부리다.’ 가 습성이 된 사람들이 작품 속 글자처럼 보이는 낙서로 다가가지만 결국 무엇도 읽어낼 수 없게 함으로써, 또한 이 낙서가 자신이 모르는 어떤 언어라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며, 작품 앞에서 인식의 한계를 스스로 벌거벗게 만든다. 이처럼, 껍데기가 알맹이로 바뀐 캡션은 작품 앞에 선 관객의 껍데기를 필연적으로 허락하지 않으며, 전시공간에 오직 알맹만들만 남게 한다.
형광핑크 또는 형광레드와 푸른 회색의 대비의 사용
하나의 관점에 빠지는 많은 사실들에 대한 경계의 외침인 안티포커스의 진화 과정에서, 그리고 세상에 없던 느낌이어야 하는 예술의 본질적 질문으로부터 탄생한, 극도의 민감성에서 비롯된 형광핑크 또는 형광레드와 푸른 회색의 강한 대비는 캡션작품에도 적용되었다.
이 대비는 시각과 빛에 너무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잠시도 한 곳에 머물지 않는 시각의 특성을 그대로 비춰주며, 여느 미술작품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시각적 혼돈을 일으킨다. 이는, 눈으로 감상하는 것을 포기하고 뇌로 작품을 읽겠다는 의지를 꺼내들게 만들며 작품감상을 자연스레 개념적 이해로까지 접근시킨다. 또한, 야광물감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어두워지며 붉은색이 푸른색보다 더 검게 보이는 푸르키녜효과를 만들며, 공간의 밝기가 색이 구분되지 않는 어둠에 이르는 순간까지, 어둠 속 적어진 빛의 양의 미세한 변화에도 느낌의 차이를 만들며, 어둠 속에서도 시각적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오직 인간의 시각의 민감성에 맞춘, 그렇게 첨단기술에 감각의 민감도를 잃지 않으려는 예술가의 노력으로 탄생한 이 대비는 최첨단 카메라로도 실제 느낌을 전달할 수 없다.
실제 작품에서 느껴지는 신비로움은, 현란하고 분명하게 색을 바꾸는 조명처럼 그림 자체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작품은 빛과 시각에 그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을 뿐이고, 빛과 시각이 만드는 현상을 그대로 비춰 보여줄 뿐이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당장 어지럽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시각과 빛의 특성과 관계를 관찰하려지 않고 작품으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예술은 평가의 대상이 아닌 관찰의 대상임을 모르는 이들에게 작품은 감상을 불허하다.
그저 착시를 이용할 뿐인 옵티컬 아트와 다른 이 대비는 지속적으로 움직이는 시각의 특성과 함께 빛의 양, 즉 관계에 따라 달라지는 느낌의 차이를 보다 면밀히 확인시켜준다. 이는, 예술을 통해 보다 지혜로운 인류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편견에 지속적으로 반하고 맞서야 함을 강조한, 즉 고정된 기준이 아닌 흔들리고 무너질 수 있는 기준을 지향하는 안티포커스의 개념이 필연적으로 그리고 시각적으로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세상에 없던 이 아름다움에 적응하게 되면 도심의 야경과 조명의 아름다움조차 시시하게 느껴지게 된다. 맑은 거울에 비해 조명은 너무 권위적이기 때문이다.
_ 2022. 04. 노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