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개인전 Window II
김승희
2018 09/26 – 10/01
2 전시장 (2F)
Window
작가 노트
김 승 희
내가 창문을 사진 찍기 시작한 건 8년 전이다. 처음에는 예쁜 창에 끌렸던 것 같다. 조금 지나서는 창문 주인이 꾸민 개성적인 오브제들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언제인가부터는 주인이 집을 떠났거나 혼자 사는 사람들의 창문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Window> 작업은 서로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집 창문들을 일종의 초상처럼 찍는 사진작업으로 시작했다. 나는 정면에서 창문들을 응시했고, 그것들을 집 전체를 요약하는 상징으로, 더 나아가 집주인의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양한 창문의 형상과 색, 그것들의 여러 흥미로운 장식들에서 서로 다른 삶의 양태들을 해독하려 했고, 거기에서 가난과 부유함, 고독과 단란함, 소탈함과 과시의 욕망을 읽으려 했다.
<Window> 작업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우선 디지털사진 파일은 약 4종류의 크기로 프린트되었다. 크기를 결정한 것은 사진 찍을 때의 직관적 느낌과 전시성의 고려였다. 아이의 방처럼 느껴지면 소형 프린트를 지향했고, 여러 식구들이 사는 가정의 창문이라 생각되면 대형 프린트를 고려했다. 그리고 독신 혹은 노인이 사는 집 같으면 중형 프린트를 고려했다. 그러나 전시장에서의 비주얼 효과의 모색이 프린트 크기를 결정한 주 요소였다. 이렇게 프린트된 사진이미지는 회화용 캔버스 프레임 위에 여백을 노출하면서 때로는 프레임과 수직, 수평을 유지했고, 때로는 사각 프레임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고정되었다.
회화용 캔버스 프레임 색은 창문 사진이미지 전반을 지배하는 색상을 고려하면서 결정되었다. 프레임의 채색은 칠 작업이 용이하고 필요한 경우 다른 색상으로 쉽게 바꿀 수 있는 아크릴 물감을 사용했다. 여러 번의 칠이 끝나면 사진 프린트를 올려보면서 프레임의 색상을 확정했고, 프린트의 고정위치를 숙고했다. 프레임의 색상과 프린트의 위치와 방향이 결정되면 3M 찍찍이 테이프를 캔버스 프레임과 사진 프린트 뒷면에 붙인 후 이 이질적인 두 요소를 결합시켰다,
<Window> 작업은 실제 현실 공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하는 사진이미지와 추상 혹은 현실 공간이 다소 주관적으로 변형된 회화를 담는 캔버스 프레임를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oritz Cornelis Escher, 1898-1972)의 <시간과공간, 풍경과정물>일상에서 마주하는 공간과대상을 형태들의 조합이 서로 연결되면서 또 하나의 이미지가 되듯이, <Window> 작업은 사진이라는 이미지와 채색된 회화의 프레임이 서로 어긋나게 결합하면서 사진도 회화도 아닌 새로운 이미지로 변형되기를 희망했다. 혹은 사진이면서 회화적인 제3의 이미지로 변모하기를 기대했다. 마치 Microsoft의 ‘Window’ 화면 속에서 실제 현실과 가상현실, 실재의 이미지와 허구의 이미지가 때로는 기이하게 때로는 적절하게 결합하면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