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 개인전 The recent works

강준
2019 07/03 – 07/15
3 전시장 (3F)

IN-OUT(process of thinking)

 

그간의 작업에서?안과 밖(IN-OUT)?이라는 이중적 구조는 인간과 사회,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 작가와 작품이라는 기본 모티브(motive)로서 존재해왔다.

예술이란 예술가의 체험을 기초로 한 사회적 현실의 생활 형태에 대한 형상적 인식이므로 시대적 상황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 독립된 인간관계를 거부하고 사회라는 커다란 조직 속에 익명의 개인으로 흡입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혼자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고리 속에 얽히게 되는데, 이른바 예술의 한 형태인 회화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실 상황에 복잡하게 반응하는 내면적 자아를 밝혀보고 싶은 충동을, 화가가 작품에서 회화성을 갖는 과정과 인간의 ‘사회 속에서의 경험과 적응’이라는 카테고리(category)로 밝혀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 작업의 구성은, 각기 조합을 전제로 제작된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매개체, 추상적인 바탕이미지와 하나 또는 두 개의 이미지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1. 추상적 바탕 이미지 : 바탕 작업은 모든 것의 시작을 의미한다. 시작은 빛이다. 빛은 형상 인식의 시작이며 시간과 공간의 변화에 따라 새롭고 다양한 감흥을 전달한다. 여러 가지 도구로 표현되는 안료들의 불규칙한 조합과 실험으로 빛을 추적한다.
  2. 그림자 이미지 : 그림자는 물체 자체의 이미지와 그것이 드리워진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미지다. 하나를 통하여 그것과 밀접하게 반응하는 그것 외의 관계를 관찰할 수 있다는 면에서 이중적 구조를 지니고 있다.
  3. 선택된 자연의 이미지 : 자연에 통하여 내가 보고자 하는 것은 선(Line)이다. 자연은 조화를 통해서 존재한다. 그러나 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선택된 이미지만을 자연에서 분리하여 도려내야 한다. 그것은 자연의 또 다른 면이다. 조화 속에서는 발견되지 않는 개별의 존재는 익명의 개인처럼 낯설고 새롭다.
  4. 빛(인식의 시작), 그림자(이중적 구조), 선택된 자연(익명의 개인)으로 각기 제작된 이미지들은 조합의 실험을 통하여 새롭고 낯선 이미지(삶의 결과물)를 만든다.

 

급변하는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현대인들의 의식은 공중에 떠 있는 미세한 먼지처럼 복잡하게 얽힌 채 흩어져 있다. 딱히 의식의 그물망에는 걸리지도 않고 잡히지도 않는 것들이 대다수다. 무의식 속에서 잠깐 잠깐씩 스쳐 지나가는 사회에 대한 이미지는 작가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화면 속에서 뜻밖의 유동적 이미지를 연출하곤 한다.

그것은 자아의 본질이 비본질화 되어가는 과정으로서, 작가의 내적의도와는 달리 의도 밖의 상황을 연출하여 최초의 의식적인 메시지 전달보다 자유롭고 의외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작업과정에서?안과 밖?의 양면성은 근원적인 내면의 자아가 현실에 경험과 적응의 과정으로 융화되는 각기 다른 두 실재의 상호작용을 겪게 되고 인간과 사회, 자아와 화면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밀접한 관계에 놓이게 되며 우연적으로 화면 속에서 나란히 공존하게 된다.

작업도중 경험하게 되는 이 공존의 미학은 결코 합치될 수 없을 것 같은 ?안과 밖?의 갈등구조가 화면 속에 하나로 결합되어 작가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인까지 가능하게 만든다.

의식적인, 작가의 의도대로만 그림을 그리던 19세기 근대 미술이 지니지 못했던 매력을 20세기 현대 미술이 갖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이러한 의도 밖의 세계- 개인의 의지대로 흘러가지 않는 예상 밖의 현실, 작가의 내적 의도를 벗어난 의외의 이미지들 속에 있는 것이 아닐런지….

의식과 무의식, 개인과 사회, 자아와 작품이라는 이중적 구조가 화면 속에서 부딪치고 융합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일, 그것이 내 작업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러고 나에게는 오래도록 한 주제에만 골몰하여 작품을 만드는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안과 밖?의 멋진 조화, 예상치 못한 그들만의 은밀하고도 다분히 회화적인 대화가 20세기가 지향하는 공존의 미학 속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1. 강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