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ta Rhei 추계예대 동양화동문 단체전

이원순 외 4인
2025 05/28 – 06/02
3 전시장 (3F)

“모든 것은 흐른다.”, 변화와 흐름의 본질을 나타내는 고대 그리스어 ‘ Panta Rhei ‘ 는 시간이 지나면서 모든 것은 변 화하고 그 변화 속에서 모든 것은 연결된다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를 담은 전시 < Panta Rhei >는 5명의 작가 김 환주, 김혜빈, 이주, 정선화, 하다은 개개인의 각기 다른 작업 세계관이 하나로 모여 연결되고 소통하며, 또 다른 방식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시간, 존재, 관계, 변화와 같은 흐름의 본질을 탐구하고 현시대의 변화와 흐름 속에서 각자의 경험들이 서로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 느낌을 전달하고자 한다.

김환주는 끊임없이 자기 탐구를 반복한다. 이 행위는 자아 형 성에 그치지 않고, 타인과 연결되기 위한 과정이며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는 자신의 그림 이 무엇을 말하기 위한 과정을 지나 말하지 못하는 어느 감각 에 닿기 위해 “나아간다”라고 말한다. 특정한 장면의 재현이라 기보다 작가가 선별한 감각의 공간을 만들어 공유한다. <“천천히 나를 괴롭히던 사랑니를 뺀 날이면 슬며시 베개 속에 넣고 잠에 든다. 밤이 깊어지면 이빨요정이 찾아와 동전과 바꿔주리 라 믿으며.” 작가노트4> 김환주의 그림에는 형상이 있어도 본 질은 그 너머에 있고, 특정한 색이 있어도 그것의 보편적인 시선이 작가의 감정을 대변하는건 아니다. 과거의 기억, 현재의 감정, 그리고 삶의 방향성을 아우르며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를 비추어볼 자리를 마련하고 감각의 여운을 남긴다. 그는 표현과 침묵의 경계를 통해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김혜빈 작업의 단초는 탈각된 신체 표면과 버려진 나뭇조각들을 모으는 것이다. 그는 불규칙하게 떨어져 나온 피부 표피와 나무의 형태들에서 생명과 순환의 구조를 상상하고 이를 이미지와 형태 로 확장시킨다. 회화와 조각은 특정할 수 없는 생김새를 보여주지 만 서로 파생되거나 연결된다. 각자의 다른 모양을 받아들이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변화하며 개별적인 흔적들이 연결되어 하나의 공존적 의미가 된다.

이 주는 시야의 차단 후 남은 잔상들을 작품에 옮긴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빛의 잔상 (afterimage)이 남는다. 작가는 우리가 “아무것도 보지 않는 상태에서도 여전히 무언가를 보고 있다.” 고 말한다. 이러한 경험은 우주를 바라보는 것과 닮아있다. 잔상과 우주는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는 빛이 없는데도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잔상(afterimage)과, 인간의 눈으로 직접 보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존재를 감지하고 상상할 수 있는 우주. 작가는 인식과 상상을 통해 그 실체를 탐구하고,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찾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을까? 밤의 어둠 속에서 보이는 나무의 형체는 마치 우주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나무에는 잎과 벌레, 무수한 생명체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은 단지 검은 그림자일 뿐이다.” 작가노트+> LED의 밝은 빛을 보면 눈에 잔상이 남게 된다. 작가는 남은 잔상을 눈을 감고 바라본다. 순간적으로 기억된 그 형상을 곧바로 천 작업에 옮긴다. 작가가 사용하는 실크 천은 얇고 뒤가 비치는 재질이다.

그는 이를 살리기 위해 천을 물감으로 덮지 않는다. 아크릴에 겔 미디엄을 섞어 접착력을 높인 물감을 붓이 아닌 바늘로 천 위에 올리듯 그린다. 이렇게 모인 잔상들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이는 형상을 띠게 된다. 작가의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 작업이 <숲과 그림자와 우주>이다. 작가는 그림자처럼 보이는 나무의 형체를 우주의 생명체와 연결 지어 형상화했다. 나무 안 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지만 우리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것처럼, 우주 또한 그렇기에. 작가는 보이지 않는 세계(우리가 사는 세계)에서 보이는 것을 찾아 끝없이 의문을 품으며 사유하는 과정을 관람객들과 공유하고자 한다.

정선화는 시공간을 소재로 하여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의 관계성을 탐구한다. 작가의 회화 작업에는 겹겹이 쌓인 레 이어 공간이 존재한다. 천 위에 한지 조각을 덧대고 그 위에 흙을 바른 후 긁어내고, 다시 덮고, 채색 안료를 올리기를 반복하며 고유한 흔적을 만들어낸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 화하는 흔적을 나타내며,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외부와 상호작용 하고 경험하게 되는 감각적인 부분을 전달하고자 한다. 그로 인해 성찰되고 변화되는 개인의 내면은 중첩된 건축적 조형미 에서 영감을 받아 개인의 인식이 더해진 제3의 형상으로써 나타난다. 그리고 작가가 만든 공간에 머물면서 사유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끊임없이 변화되는 시간 속에서 이러한 탐구를 통해 작가는 자신과 관계되며 영향을 주는 본질적인 것을 동시에 포착하고자 한다.

하다은은 자연을 빌어 사랑을 말한다. 그에게 있어 사랑은 미지하고, 광범위한 의미를 내포한다. 그렇기에 거대하고 웅장한 자연 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작가를 대표하는 듯한 캐릭터 ‘아는 여러 자연을 여행한다. 여행 과정에서 발견하는 요소들이 작가 본인이 인지하지 못한 사랑을 깨닫고, 소중하게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아가 더 많은 동식물과 자연을 누비며 많은 사랑을 배우길 바란다. 작가는 자연이라는 매개체를 표현하는 과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청과 한지를 자연친화적 재료의 특성을 살려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