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 Uzu 개인전 완벽하지 않은 생

문혜영
2023 07/19 – 07/24
3 전시장 (3F)

2023Moon Uzu 개인전 완벽하지 않은 생작가 노트,

2023.07.19~07.25

갤러리 인사아트 (인사동, 서울)

 

작가 Bio

 

충청남도 보령에서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서울에서 보냈다. 그리고 다시 보령으로 내려가 너른 들판과 저수지, 바다와 가까운 시골에서 자랐다. 공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서울로 올라와 고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진리를 탐구하고자 동서 철학과 사상을 열심히 공부했다. 졸업 전 현 컴패션의 전신인 컴패숀 한국 사무실에 취직하여 서신부 부장으로 후원 아동과 해외 후원자 사이의 서신 업무를 총괄했다. 이후 국내 굴지의 특허법률사무소의 비서실에서 소장 변리사와 외국인 변리사의 비서업무를 맡았다. 일 년이 채 안되어 결혼과 함께 전업 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세 자녀를 낳고 한의사가 되려고 대입 준비를 다시 했고, 한의학 공부도 조금했으나 육아와 병행하기에 무리여서 포기했다. 주부로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 상담공부와 봉사, 독서와 독서모임, 지역 도서관 명예 기자, 교회의 기자 봉사 등을 하며 전문직으로 연결을 꾀하였지만 힘을 얻지 못했다. 2015년 인사동에서 우연히 베트남 작가들의 작품 전시를 보고 우리 전통의 오방색과 같은 색채에서 에너지를 얻었고 그날 민화 강좌 공지를 보고 바로 등록했다. 이후는 크고 작은 상황과 형편에 굴하지 않고 민화 작업을 지속했다. 거의 해마다 개인전을 하면서 일 년 동안 작업한 것을 세상에 내보이고, 전시를 통해 친구들과 교제의 장을 열었다. 작업 중 색채를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예술에 대한 본격적인 고민과 공부, 그리고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민화적 소재와 표현에 안주하지 않고, 2021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에 진학하였다. 동양화전공자로서 노장 사상과 서구의 생성적 철학에 매료되어 공부와 창작에 몰두하였다. 이러한 공부를 모아 2023우주 이론에 기초한 생성적 시공간 표현 연구라는 석사 학위 논문을 완성했다. 졸업 즈음 다양한 단체전에 우주적 시간과 생성적 공간, 시간과 존재에 대한 작업을 선보이며 작가로서 본격적으로 데뷔하였다.

 

완벽하지 않은 생전시 기획의도

 

젊음이 한창 일 때, 이상적 사회를 꿈꾸었다. 그러나 본인부터 완전하지 않음을 깨닫고 깊은 허무에 빠졌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세상에서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 지 몰랐다. 진리를 찾고자 읽기 시작한 구약 성경에서 가장 부조리한 인간 세상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러한 인간들을 사랑하는 신을 발견했다. 구제불능의 인간을 사랑하는 신을 통해 깊은 허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시 손과 발로, 구체적 삶으로 체화되기에는 반 백 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나와 다른, 나의 기준에 맞지 않는 다양한 사람을 더 많이 이해하는 것임을 깨달았다. 매일 갈팡질팡 방황하고 넘어지지만, 그럼에도 또 다시 시작하는 날들이 모여 그 누구도 비웃지 못할 존엄한 한 사람의 인생이 됨을 깨달았다.

우주적 시공간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다. 시간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그러면서도 반복되는 것이 있다. 또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 변하면서 반복하고 반복하면서 지속되는 우주적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변하고 반복하고 지속하는 사람들의 생을 선과 점, 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작업은 계획하지 않고 진행되며 진행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 얼룩, 번짐, 등 또한 우주적 사건으로 받아들이며 작업해나간다. 어디서 본 듯한, 습관적인 어떤 것이 반복되지 않도록, 매 순간이 한 사람의 인생만큼이나 특별한 시간이 되도록 선을 그리고 점을 찍는다. 그러나 아직도 이상적인 생각, 플라톤이 말한 이데아적 개념에 사로잡힌 나를 발견한다. 키치적인 멋에서 벗어나 불완전하고 부조리하지만 그렇지만 생명이 있어 아름다운 생을 표현하고자 오늘도 분투하며 이 전시를 기획한다. 기계적인 삶이 되지 않기를, 매순간 생명이 살아 꿈틀되기를 소망한다.

 

전시와 작품 소개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은 전시장에 설치된 순서대로 몇 가지 시리즈 작품들이다.

우선 입구에 들어가면 작은 원들의 춤시리즈를 볼 수 있다. 먹으로 담하게 그린 원들이 화면 안에 부유한다. 원은 공기, 수증기와 같이 만물 안에 있으면서 만물의 생명 활동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이다. 노장 사상의 중심이 되는 ()’일 수도 있고 ()’일 수도 있고 물리학의 에너지, 원소, 요한복음에 등장하는 성령(聖靈)일 수도 있다. 또한 부유하지만 자유로운 각각의 생명일 수도 있다.

두 번째 벽에는 크고 작은 동심원으로 만들어진 시간의 겹시리즈와 원들의 만남시리즈를 볼 수 있다. 이는 우주에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는 시간, 순환하는 시간을 보여준다.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동심원은 세상의 모습이며, 살아온 인생의 모습이다.

세 번째 벽에는 흐름시리즈를 볼 수 있다. 우주의 거대 시간을 추적하다가 그 속에 생멸한 존재들의 시간을 그리고 싶었다. 가늘고 굵은 여러 선들은 각각의 존재들의 시간의 여정을 표현한다. 어느 누구의 생도 같은 생은 없으며 그렇기에 특별한 존재임을 생각하며 표현하였다. 선의 주변에 작은 물방울은 포뇨와 같은 생명의 기운을 형상화 한 것이다.

네 번째 벽은 이러한 작업 가운데 시도했던 소품들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시간의 겹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동심원들을 보며 자신의 시간이 만들어가는 동심원은 어떤 모양일까 생각해보면 좋겠다. 슈베르트의 유작, <미완성 교향곡>은 미완성인채로 아름답지 아니한가. 완벽하진 않지만 오로시 자신만의 시간의 겹을 만들어가는 모든 존귀한 인생에게 Viva La Vida를 외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