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dscapes; 단체전 LANDSCAPES
오창록,오형구,윤종호,최정미
2025 01/15 – 01/21
3 전시장 (3F)
LANDSCAPES
- 오창록은 전라도의 산천초목을 소소하지만 담대하게 수묵 담채화(水墨 淡彩畵)로 그려내는 작가이다. 먹으로 농담 효과를 살린 수묵화에 엷은 채색을 더한 그림을 수묵 담채화라고 하는데 채색보다 수묵 위주로 그려지는 것이 특징이다. 채색을 얼마나 많이 사용하는지에 따라서 수묵화와 채색화 중간쯤에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작가의 작품에서는 보통 한국화를 바라볼 때와는 다른 세련미와 공간을 압도하는 능력이 두드러진다. 담채화는 원래 시각 예술에서 펜 등의 도구로 표시를 하고 묽게 갠 먹이나 수채를 그 위에 한 겹 칠한 그림을 말하는데, 유화가 아닌 물로 이용하는 물감의 그림에 속하므로 수묵화, 수묵 담채화 그리고 채색화는 수채화 개념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정자에서 길을 묻다’, ‘송강정’, ‘만귀정’, ‘풍암정’ ‘드들강’ 등 작품의 제목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그림을 그리며 바라보았을 시선과 애향이 느껴진다. 오창록 작가가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에는 성스러운 무엇이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화구,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으로 나무를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그릴 대상을 눈앞에 두고 즉석에서 그려내는 과정에서의 진지함 이런 모든 것들은 작품 속에 그대로 스며들어 생동감을 준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오창록 작가의 작품을 진지하게 바라보게 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그가 그려내는 나무들에서 생명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무의 형상보다는 나무 주변의 바람이, 하늘이, 세월이 그리고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과 그런 대상들을 바라보고 있는 작가의 존재감까지도 느껴졌기 때문인 것 같다. ●의식과 무의식의 융합을 통한 개성화된 인격의 형성이라는 칼 융(Carl Gustav-Jung ~ 1875~1961)의 ‘자기실현’은 윤종호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풀어가는 철학적 시발점이다. 윤종호의 작업은 온갖 대립이 되는 것들을 의식과 무의식의 상징적 이미지들로 간주를 하고 이들 사이에 어떤 연결지점을 만드는 과정으로 시작되었다. 이러한 작가의 의도는 대립이 되는 것들 또한 새로운 창작물이 될 수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여러 가지로 대립이 되는 구조로 변해가는 사회에서 어떤 대안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며 여러 가지 시각적 형상과 설치 작업을 통해 넌지시 알려주고 있다.●비트겐슈타인은 하나의 언어를 상상하는 것은 하나의 삶의 형식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간딘스키는 색은 영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며 피아노의 건반이고, 눈은 피아노의 현을 치는 해머라고 했으며, 영혼은 여러 선율을 지닌 피아노라고 말했다. 그리고 예술가들은 영혼을 진동시키기 위해 이런저런 건반을 두드리는 손이라고 했다. 그들의 생각이 이 시대의 작가에게 큰 울림을 준다. 최정미는 캔버스에 유화라는 재료를 통해서 하나의 색을 쓰며 하나의 언어를 떠올리고 또 다른 색을 쓰고 또 다른 언어를 계속 떠올린다. 그렇게 천천히 찾아가는 색과 언어들은 작가의 삶이 되고 있다. 간딘스키의 말처럼 색은 작가의 영혼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 작가는 다른 생각, 다른 시간에 영혼을 가두지 않고 오로지 캔버스에서 공간을 찾고 빛을 찾으며 계속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그러는 사이에 겹겹이 쌓인 색들은 그들의 언어를 만들어가고,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지금도 작가는 그 공간을 보고 들어가고 또 들어가기를 반복한다. 그 가운데 작가의 캔버스에는 새로운 공간이, 또 새로운 공간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19세기 초반에 발명된 사진 기술은 인물, 풍경 등 수많은 주제를 대상으로 다루어왔지만 그중에서도 풍경은 언제나 중요한 사진의 소재였다. 몽블랑, 미국 7대 캐년, 바이칼, 발칸, 돌루미테, 아이슬란드, 안나프루나, 알프스, 아프리카, 앨라스카, 유럽, 캐나다, 쿵스라덴트레킹, 테즈매니아, 호주, 히말라야 랑탕, 사하라, 모르코, 프랑스… 의사 오형구가 다녀간 나라들이다. 더 많은 나라, 더 많은 지역을 때론 자동차로, 자전거로, 도보로 다니며 찍었겠지만 오형구의 사진에는 다른 사진작가들의 사진에서는 쉽게 보지 못할 풍경과 풍광이 있다. 힘든 시간들을 견뎌내며 도착한 산의 정상에서 찍은 사진들, 친구, 가족, 마음을 같이하는 동료들과 그렇게 이곳, 저곳을 다니며 찍은 수 만장의 사진들이 그것이다. 오형구의 사진을 처음 접한 건 그의 아내에 의해서였다. 가족들이 함께 다녔을 수많은 나라의 사진들… 그 안에는 한 가족의 여행기도 있었지만 관광으로도 쉽게 보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과 색이 있었고. 섬세함이 있었다. 보통 사진작가를 떠올리면 정말 잘 찍은 사진, 잘 담아낸 구도, 정확한 픽셀, 빛과 어둠 등을 노련하게 다루는 사람들이겠지만 사진을 너무나 쉽게 찍고 지워버릴 수 있는 지금, 사진작가는 웬만한 노력으로는 갈 수 없는 곳에서 미지의 이미지를 아름답게 담아오는 사람들이라고 정의하고 싶다.■최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