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8사진 단체전 안부(安否) 2024
F-8사진단체
2024 12/18 – 12/24
2 전시장 (2F)
따로 또 같이하는 뻔뻔함(Fun)으로 인간계에 포커싱하는 사진 패거리 F-8.
힘 센 볼록거울로 사람을 두루 살피고 꽉 찬 오목거울로 사람됨을 들여다보았다.
이바지 한 사진가는 조송희, 임상호, 이옥희, 이상헌, 윤관웅, 신종준, 박광범, 김기천.
안부는 우스움(OOS OOM)의 풍화로부터 F-8이 전하는 인사말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아울러 OS는 세상만물이 돌아가게 끔 하는 부호이며 OM은 각계 층위를 일깨우는 소리다.
전자로써 뭇 생명의 혼을 위로하고 후자로 인생살이에 별일 없는지를 물었다.
우스움에 바래지 않은 마음으로, 해어질 수 없는 맘자리로 세 번째 판올림 한 작품을 내놓는다.
세상살이가 뻔뻔한 이, 요지경 인생살이에 심드렁한 사람에게도 Say Hello.
위로
–고독한 죽음…-
김기천
외로움과 고립이 낳은 고독사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정의하는
우리나라 문화의 관계 지향적 특성이 고독사를 부추긴다.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느낄 때,
자신에게 사회적 영향력이 없다고 느낄 때
우리는 외로움이나 고독을 느낀다.
또 한 해가 저문다.
사랑하는 이들을 더 깊고 세밀하게 바라보고
손잡아 주어야 할 시간이다.
외로움과 고독 속에 웅크린 그대에게
사랑을 보낸다.
강남 2022
박광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강남 20xx’ 작업은 10여년간 병원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던 강남의 실체에 대한 궁금증이었다.도시는 하나의 유기체와 같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그 안에서 흥망성쇠가 반복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서울의 예전 모습을 기록한 전시들을 보며 몇 십 년 후에 지금의 강남은 지금 이대로의 모습일지 과연 우리의 기억속에 어떻게 남아 있을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작은 궁금증에서 시작된 작업이 또다른 호기심을 낳았고 나의 상상을 새로운 암실 기법을 통해 구현해 보았다.
오후의 산책
신
종준
어느새 오후가 되었다.
나의 아침과 정오는
나도 모르게
지나갔다.
오후가 되니
아침이 생각나고
정오가 그리워진다.
오후의 산책을 한다.
햇살은 깊고
그림자는 부드럽다.
서녘 하늘 붉디 붉은 노을에
다가올 한밤도
그리 어둡지는 않겠다.
한가로이 쉬는 곳
윤관웅
“한가로이 쉬는 곳”은 바쁜 일상과 끊임없는 압박 속에 잃어버린 ‘휴식’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시간의 흐름을 쫒으며 살아가고, ‘쉬는 것’이 사치가 되어버린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작품의 중심 주제는 ‘안식’과 ‘자아 발견’입니다.
한가로운 순간은 단순히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제공합니다.이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쉬는 곳’을 찾고,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기를 바랍니다.
바쁜 삶 속에서 잠시 멈추고, 자신의 내면과 연결될 수 있는 시간.
일상 속에서 잊고 있던 소중한 순간들을 다시 되새기고,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막
이상헌
막은 무심한 자연이 만들어 낸 효율적인 꾀. 번성을 위한 디자인이다.
세포막을 통해 원활한 물질대사가 이루어져야만 생명체는 자신의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느슨한 막은 내외부 환경의 선택적 교환을 관장하며 타자와 나를 구분짓는 유기적 경계이기도하다.
도시는 상전이(相轉移) 된 자연의 최종 진화 형태.
분별 없던 대지에 도시 문명을 세우는 것은 가림막의 설치로부터다.
이 장막은 자본과 노동을 배합시키는 기능적인 차단막으로써 도심을 일구어낸다.
비워진 공간에 어느 순간 첨단의 구조체가 불쑥 나타난다.
갑작스런 변화로 보이지만, 이는 서비스와 재화의 구조적 교류가 만들어낸 결과다.
유기체는 막에서 기원하여 막으로써 번영한다. 참으로 막막하다.
사유의 여정
이옥희
일상의 혼잡함과 고단함을 벗어나
고요하고 평온한 자연과 독대한다.
내면 깊은 곳에
감추어두었던 것들을
한꺼풀 씩 벗어 던진다.
다친 마음을 회복하고 쓰다듬는다.
참다운 나를 찾는다.
자연이 나를 치유한다.
길 위의 사람들
임상호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길.
낯선 길에서 처음 마주한 생경한 모습은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파키스탄 여행은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선입견으로 가득했던 나의 편견을 그들은 따듯함 으로 보듬어 주었습니다.
어디에서든 길을 가는 낯선 이방인에게 미소를 띤 인사를 건넵니다.
사과를 한 아름 안겨 주기도 하고 차를 내어주고 또 만나자고 인사를 합니다.
고맙고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사람의 착한 심성을 그대로 가진 듯합니다.
여행을 마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낯선 길에서 만났던 이들의 모습이 여전히 내 곁에 머물러 있음을.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들의 모습에서 나는 또 다른 행복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삶에 안부를 묻습니다.
운남성에서 보낸 편지
조송희
운남성에 왔습니다.
사철 내내 꽃이 지지 않는다는 봄의 땅 운남도
어쩔 수 없는 가을입니다.
타르초 펄럭이는 높은 길 위에서
문득 당신을 생각합니다.
당신 계신 그곳에도
지금쯤 가을이 지나가고 있겠습니다.
바람 불고,
비가 내리고,
햇살이 내리쬐고,
나뭇잎 푸르게 자라고,
붉게 단풍 드는 날들은 참 좋았습니다.
이제는 아름드리나무도 잎을 떨구는 계절
빈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더 넓고
그림자는 더 또렷합니다.
이 계절의 여백을 사랑한다고
당신에게 말한 적이 있었던가요.
운남의 새벽입니다.
어젯밤 내내 비가 내리더니
루구호는 푸른 안개에 젖었습니다.
바람 끝이 소슬합니다.
오늘은 더 두꺼운 옷을 꺼내 입어야겠습니다.
이제 겨울이 오겠지요.
당신의 겨울도
부디 따뜻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