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한국도자장신구회 정기전 2020 Korean Ceramic Ornaments Association Exhibition
신혜림 외 40명
2020 06/10 – 06/15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인사말
1997년에 결성된 한국 도자장신구회는 지난 23년간 쉼 없이 달려왔습니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요구와 가치에 맞춰 매년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시도하였습니다. 2020년, 유래 없는 판데믹 상황의 어려움에도 갤러리 인사아트에서 이번 정기전을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물질적 속성의 변형을 이룰 수 있었던 최초의 실체다’라는 문장은 점토 고유의 특성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질은 통제하기 힘들 때도 있으며 원초적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매체로서 용이할 뿐 아니라 창의적 직관을 통한 사물의 제작까지도 가능합니다. 현대적 미감의 다양한 가치를 포함할 수 있는 유미적 사물로서 기능하고 있는 장신구는 인간 문명의 확장과 더불어 여러 형식으로 변용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장신구는 여러 문화권에서 권력과 지위의 상징으로까지 격상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초반, 극단적 장식미를 추구했던 아르누보(art nouveau) 예술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휩싸여 있던 유럽에서 장식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이들이 등장했습니다. 아돌프 로스(Adolf Loos)는 ‘장식과 범죄’에서 ‘문화의 진화란 일상에서 장식을 배제해가는 과정과 같다’ 고까지 양식이 없는 장식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말했습니다.
그들의 선언은 장르의 해체와 절충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탈 중심화 된 오늘의 현실에서도 유효한 것일까요? 그리고 오직 사용할 목적의 수행과 필요에 따라서만 기능적 사물이 구현되는 것도 아닙니다. 신체와 결부된 장신구를 통해 아름다움을 더하고자 하는 목적을 채울 수도 있지만 장신구를 구체적 기능이 계산된 실용적 사물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곰브리치(Ernst Gombrich)는 ‘질서의 감각’에서 ‘장식’을 혼란스런 세계에서 인간이 적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찾아낸 일종의 질서의 틀이라고 정의 내렸습니다. 장식의 여러 가지 양상 가운데 규칙적인 반복이나 리듬은 인간의 호흡, 비정형(非定形)의 운동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번 정기전을 통해 자유로운 창조자로서 인간을 독립된 주체로 돋보이게 해 줄 수 있는 장신구에 부과된 유의미한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어수선한 시기에 한국 도자장신구회 정기전을 준비하신 분들과 찾아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한국도자장신구회 회장
이 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