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개인전 Blooming Flowers
김정은
2020 12/30 – 01/11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가노트
제 작품은 감성색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로 작품의 소재로는 꽃이 등장합니다. 이 꽃들은 추상화된 꽃입니다. 꽃에는 각각의 꽃말들로 의미가 부여되어있고, 색상 또한 각 색에 따라 분류되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실의 아름다운 꽃들과 색감을 그대로 표현하는, 즉 재현을 최종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닙니다. 꽃이 피어나는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펼쳐짐을 시각화한 것으로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포착하여 표현하였습니다. 제 작품 위에 꽃들은 더 이상 사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인, 그리고 추상적 이미지로 바뀝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매개체들이 만나 작가의 의도에 의해 또 다른 새로운 의미로 표현되어집니다. 감성의 움직임이 개인적 경험이나 환경 조건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색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가는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드러나게 됩니다. 그 만큼 색에 대한 반응과 표현은 한 사람의 고유성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시각적인 색채를 감성적 색채 표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였습니다. 화려한 색감 속에 감춰진 절제된 감성들을 그려나갔고, 차가운 색감 안에 내제된 따뜻함을 표현하였고 행복했던 순간의 감정을 잊고 싶지 않아서 떨림의 감정을 리드믹컬하게도 표현하였습니다. 색은 시각적인 효과만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음악적 감각으로 색채음악을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꽃이 중심에서 외부로 꽃잎을 펼치듯이 한 곳에서 일어나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에너지를 이미지로 형상화하였습니다. 어떠한 감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방법으로 사회, 문화, 경험적으로 학습된 색상에 대한 규정된 감각을 전혀 다른 감성의 색상으로 표현함으로서 선입견을 넘어선 감성색채를 표현하고자 노력하였습니다.
우리는 현실에 보이는 그대로를 믿어왔습니다. 내가 보는 것, 생각하는 것 그리고 배우는 것이 전부인양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최근 과학의 발전으로 모든 것은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감정은 예나 지금이나 이성이 지배할 수 없는 영역이 많습니다. 감성을 표출하였지만 그것이 이성과는 무관한 또 다른 객체는 아닙니다. 이성과 감성은 하나로 연결된 끊을 수 없는 고리라고 봅니다. 다만 감성은 이성이 갈 수 없는 다른 문을 열어줄 뿐, 이것이 분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도덕적인 윤리성도, 개개인의 사고방식도 다양한 개성 표출 방식으로 바뀌어 나가고 있습니다. 각자가 가진 마음의 자발성과 자율성이 강조되고 개인의 개별성과 개인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색을 접할 때 어떠한 사고나 논리와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감성을 표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그래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색감과 형태 그리고 사물들의 표준화 되어진 생각의 틀을 깨고 그 안에 감성의 색감들로 가득 채워나갔습니다.
꽃이지만 꽃이 아닌 색감의 뭉치 속에서 강열한 감성을 뿜어냅니다. 이러한 색감들은 또 하나가 되어 생각과 기억을 깨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저는 꽃을 여성의 성적 상징물이나 페미니즘적 초점으로 해석하지 않고, 좀 더 다른 측면으로 추상적인 의미에 목적을 두고 접근하였습니다.
어느 곳에나 있는 꽃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꽃들… 아름답고 화려하며 때론 소박하기도 합니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는 꽃들을 보며 치유를 받기도 하고, 기쁘거나 슬퍼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감정은 꽃이 갖고 있는 색채를 통해 내면의 감성을 건드립니다. 감성은 색채들과 꽃의 형태를 배합하여 화면 속의 꽃은 형상을 벗어나는 추상성을 띄고 있는 자유분방한 형태를 취하게 됩니다. 저를 구성하는 여러 생각들과 기억, 감정들은 다양한 색채로 화면에 자리잡게 됩니다.
We have believed in what we see. It’s been like that what I see, what I think, and what I’ve learned.
With the recent development of science, everything is changing rapidly. However, there are many areas of human emotions that the opposite sex cannot control. Moral ethics and individual ways of thinking are also changing into different ways of expressing their individuality.
person’s mind were emphasized and the individual’s individual character and personality began to be concerned.
So the main focus of his work was on emotional color, and he began to practice changing everything within the writer from a different perspective to a different idea.
Commonly seen flowers, splendid colors and appearance that are considered too natural. Always standardizing, not snowing. And I wanted to express the color with energy delivered by emotion and feeling, not five senses. Flowers are given meanings by each flower’s own meanings, and their colors are also grouped according to each color and have a symbolic meaning. These different unique mediums met and were expressed in another new sense by the author’s intention.
How you feel about color in that the movement of emotion is related to personal experience or environmental conditions is a little different for each person. As such, responses and expressions to colors can be measured by a person’s uniqueness. An attempt was made to turn this visual color into an emotional color representation.
I wanted to paint understated emotions hidden in a brilliant sense of color, and express the warmth embodied in the cold feeling. I was trying to poured real-life pain into the canvas that we wanted so badly but couldn’t get out of the box that we were tying us up, and I re-emerged the feeling of trembling because I didn’t want to forget the feeling of the moment that i was happy. Colors do not only produce visual effects. also has a musical senses.
The energy that happens in one place and spreads out in all directions is imaged, just as flowers spread out petals from the center to the outside. As a way of arousing any emotion, I wanted to express a mood color that transcends preconceptions by expressing a prescribed sense of society, culture, and empirically learned color in a completely different color.
The flowers in the work are not real.
Visualizing the unfolding of flower that is reminiscent of the blooming image, it captures and expresses the emotion that is blooming in the mind.
Slowly we try to get out of the frame, as if all we know is not all. However, I may looking for the answers that don’t have answers. Continously thinks, worries, solves, starts… When faced with colors, I wanted to express instantly feel free such as fresh shock in nomal life without any concerns or logic.
It spurt strong emotions in colors wad which is a flower, but not flower in some other way. These colors are becoming together as one and awakening thoughts and memories.
It is said that the term “Magic of Color” is used, but the meaning has already been interpreted and defined in language or science, so there is no mystery left. Im trying to express feelings of love, joy, and happiness with the personal colors of the writer.
Memories fade away. Emotions are also drying up. Flowers wither, and humans wither. Of course, new lives will be born, but… The shell will die, but the spirit will live. I want to remember that time. I want to share with people who see my works what emotions I felt and how I wanted to express them. It’s not everything you see. I want to express another world with different concerns.
I’m slowly changing the mass of my ideas that govern me. I am not denying what is now. I just wanted to open another way. Even try to express the Emotions but not another object that has nothing to do with rational. Rational and emotion are viewed as an unbreakable link. However, it does not separate the emotions by opening other doors that cannot make sense.
Thus broke the usual color, shape, and standardized frame of thought of things, and filled it with the color of sensibility.
I want to live a different life every minute of a given moment, and feel different every moment of it. And I want to convey that feeling in color. I wish I could see the other world and have different feelings through that colors.
작가에게는 작품의 소재만큼 고려되어야하는 것은 작품을 탄탄하게 해줄 수 있는 재료입니다.
제가 옻칠을 재료로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옻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물성 때문입니다.
작품의 소재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다루는 것이니만큼 옻칠 또한 다른 화학제품들이 가지고 있지않는 살아있는 효소를 지니고 있는 굉장히 매력적인 재료입니다. 또한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사용되어왔듯이 옻칠의 보전성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For the writer, the material that should be considered as much as the material of the work should be solidified, so the reason why I chose lacquer painting as the material of the cloth. its about living organisms, so its a very attractive material that has living enzymes that are not possessed by lacquer ware. Also, as it has been used for thousands of years, the conservatism of lacquer painting is already widely known.
옻과 꽃 사이에 숨어있는 김정은 찾기
“이 색깔은…” 그녀의 색채를 접한다면 저절로 나오는 외마디.. 이는 이 세상에 김정은이 내보내는 색깔들의 객관적 정체를 궁금해하는 소리도 아니요, 그녀의 쟝르파괴적인 예술적 도발을 애써 부정하려는 외침도 아니다. 그렇다! 색깔은 저마다 다르게 다가선다. 교과서 정답과 같은 색깔은 없다. 예술세계만이 갖고 있는 매력은 바로 그것이다. 색깔의 획일적인 주입에서 벗어나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느낌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태양보다 더 뜨겁게 다가오는 어느 색깔이 그녀에게는 오뉴월 내리는 서리의 차가움일 수도 있다. 마치 야수파를 연상시키는 색채의 화려함 속에도 그녀는 외로움과 허무함을 숨겨 놓았다. 톤 다운시킨 냉정한 컬러들 속에도 김정은의 열정은 여기저기 살아 숨쉬고 있다. 그 누군가의 가슴 속에 묻혀있던 색깔들이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녀의 옻칠 속에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그 생명 속에서 김정은 색채에 억류된 포로들은 무한 감동을 얻고,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다.
동양인들에게 문화적으로 친근한 옻칠 재질이 우리에게는 시대를 초월한 향수(homesickness)와 원초적 소속감(belonging)을 불러일으켜 준다면, 파란 눈의 그들에게 옷칠 기법은 그야말로 경이로움(marvelousness) 그 자체일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이 갖는 정서는 보편적이겠지만, 옻칠이 갖는 독창성은 꽃의 새로운 세계를 활짝 열게 된다. 김정은의 서방세계 전시회들이 그토록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개성과 감성에 있지 않을까?
그녀의 작품 속에서 김춘수 시인의 어느 구절이 저절로 떠오른다. 옻이 꽃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꽃은 다만 하나의 몸짓, 날개짓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의 색채감성에게로 와서 비로소 꽃이 되었고, 그 누구에게도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옻과 꽃 사이의 경계없는 공간에 펼쳐지고 있다. 거리두기가 미덕이 되어버린 이 시대를 맞이하여, 옻과 꽃 사이의 거리를 점점 더 좁혀가는 그녀의 몸짓에 넓은 의미를 두고 싶다. 그들의 마음 속에 그저 한송이 꽃이 되어 한 마리 나비와 함께 훨훨 날아가는 상상 속에서~
이재경 (건국대 교수/미술법 변호사)
김정은의 sensibility color (感性色彩)
김정은의 작품은 옻칠이라는 기법을 통해 동양과 서양의 표현과 정서가 나타나고, 이질적인 매체가 한 작품에 활용된다. 구상적인 꽃의 이미지가 색과 빛을 만나 추상적인 화면으로 전환되며 곳곳에 남기는 혼종성은 구체가 되지 못하는 진실과 구체에 포착되지 못하는 실체에 보는 이의 삶을 투영하게 한다.
감성색채를 표현하는 김정은의 꽃들은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포착하며 더 이상 사물로서의 존재가 아니라 정신적인, 그리고 추상적 이미지로 바뀌며 꽃의 아름다운 찰나를 내면의 필터로 시각화한다. 이러한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펼쳐짐이 마음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을 포착하여 시각화하면서 각각 개인적 서사가 만나지는 순간, 작가는 구체적 지시 대상을 의도적으로 감상자의 머릿속에 띄워주지 않았지만 감상자는 감성색채의 필터를 통해 그들의 삶에 내재된 본질을 만나게 된다. 삶이라는 것이 짧아서, 지독하게 짧아서 존재하는 모든 순간 가장 아름다운 감각과 기억을 붙잡고 싶어지는 애절한 순간을 김정은의 작품은 잠시 멈추고 소유 하게해준다. 지극히 찰나의 안도이지만 이런 작품들과의 만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내야 할 이유를 내 안에서 찾게 해 주는 듯 하다.
김정은의 감성색채는 한국 전통공예기법인 옻칠에서 나온다. 옻칠은 우리 문화를 대표하는 공예 기법으로, 내구성과 기능성은 물론 미학적으로도 현대적 표현이 가능한 재료다. 전통에서 이어져 온 옻칠의 제작과정을 그대로 본받아 구성하되 한국의 전통 공예 아름다움이 현대적으로 어떻게 재해석되고 해외에도 알릴 수 있는 지 깊은 고민을 담은 김정은의 작품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색이 깊어져 꽃이 피듯 작품 속에서 “색이 피어남”을 목격할 수 있다. 자연의 근본, 우리 전통에서 내려오는 기본 그대로를 훼손하지 않고 그 정신과 가치를 작품에 녹아낼 수 있도록 의도적인 반복작업과 노동을 통해 김정은의 감성색채의 색과 빛은 만들어 시고 시간을 더해 깊게 완성된다.
이정인 (미술비평박사/ 캐나다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