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규 개인전 “전통의 昇華, 영혼의 Querencia” 展 개최에 부쳐
한호규
2025 03/26 – 03/31
2 전시장 (2F)
회복의 시간이요, 영혼 씻기의 공간이었다. 무지개 허구를 찾아 헤매던 긴 시간을 멀리 돌아 이 자리에 섰다. 인생의 변곡점은 대나무의 마디처럼 하나의 줄기에 있되, 새로운 여정의 이어짐으로 비롯되는 것 같다. 정년퇴임 뒤 과학자에서 예술가로 변신한 낯선 삶, 또 다른 세계가 그곳에는 있었고, 여러모로 공감의 폭을 넓히면서 몇 해를 보낼 수 있어 행복했다.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게으르기 쉬운 나이에 회복의 시간과 영혼 씻기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었다. 감사와 경의 속에, 사랑하며 서두르지 않는 기다림을 배우는 것은 덤이었다.
전통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과거를 깊이 품으면서도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겨레의 얼과 숨결을 담고 있다. 옻칠은 우리나라, 넓게는 동양 고유의 환경친화적, 자연친화적, 인간친화적 전통 공예로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름다움을 창조, 표현하며 즐기는 것은 인간만의 지순지고한 영역이다. 전통공예 옻칠기술의 과학적 분석은 물론, 나름대로 꾸준한 모색과 기다림과 고뇌를 뚫고 섬세함을 더하여 현대적 감성을 살리려 노력하였다. 그 안에는 아프고 힘들게 걸어왔던 자취가 담겨있고, 이어지는 마디마디에는 얼마큼의 서툶도 있겠지만, 모든 존재에 대한 나름의 감사와 사랑을 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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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rencia(케렌시아)
스페인어로 ‘애정, 애착, 귀소 본능, 안식처’등을 뜻하는 말. 투우(鬪牛)경기에서는 지친 소가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는 영역을 말한다. 요즈음에는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또는 그러한 공간을 찾는 경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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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에서 분비되는 유백색 수액은 공기(산소)와 접촉하면 흑갈색으로 변한다. 접착력을 갖고 있어서 예로부터 화살촉을 붙이는 데도 사용하였다. 경화(硬化)에는 80% 이상의 습도와 산소가 요구되며 그 속도는 느리다. 생성된 도막(塗膜)은 강력한 견고성, 보존성, 광택성, 방수성, 방부성, 내열성 등의 뛰어난 특징을 갖는다. 옻칠 예술은 이러한 특징을 잘 활용하여 미적 감각을 부가함으로써, 일반적인 미술작품과는 다른 독특한 깊이의 친숙한 질감과 미감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