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그림 단체전 필그림 정기전
2024 05/15 – 05/21
2 전시장 (2F) 3 전시장 (3F)
필그림 정기전 10주년 기념전을 맞이하며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매일 아침 뒷산에 오르며 흥얼거리는 노랫말입니다. 봄은
너무 짧습니다. 느끼기 전에 봄날은 가 버렸네요.
언제부터인가 겨울 그리고 여름입니다. 중간이 없어졌습니다.
우리의 짧은 정치사를 봐도 이런 이분법입니다. 경제도 극단적
부富의 양극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렇고 경제가 저러니 우리 미술계는 찬바람이, 아니 된서리를 맞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우리 필그림은 묵묵히 명맥을 이어가 열 번째(사정상 초기에 한 번 정기전을 거름)의 정기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우리 필그림은 2013년 ‘생명과 창조’라는 미술 단체를 이상복 초대 회장께서 주춧돌을 심었습니다. 그 뒤 그림을 사랑한다는 ‘Philos’와 순우리말 ‘그림GREAM’의 합성어 필그림의 그룹 이름으로 간판을 새로 걸고 어느덧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의 ‘열 번째 정기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단체나 그렇겠지만 우리 필그림도 회원이 나가고 들어오면서 현재 28명의 회원이 뼈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필그림 회원은 각자 여기저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작가들로 내실을 쌓고 있습니다.
미술은 끊임없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듯하지만 결국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됩니다. 그러면서도 미술인들은 품어 나오는 에너지를 분출해 왔고 새로움으로 표현합니다.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길을 향해 꾸준히 실험하고 그러면서 좌절하기도, 수도승 마냥 사유하기도 합니다. 미술 작품은 끊임없이 자기실현을 통한 인고의 산물이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전시된 작품들은 그냥 태어난 것이 아니고 작가가 온몸을 바친 몸부림의 흔적들입니다.
아프로디테와 함께 태어난 장미의 계절 5월. 우리 필그림 회원들은 긴 겨울의 추위와 꽁꽁 얼어붙은 냉골의 경제 속에서도 잘 버티며 각양각색의 다양한 몸부림 흔적을 이렇게 전시합니다.
열 번째 필그림 정기전을 자축하며 앞으로도 20번째, 30번째 그리고 그 명맥이
계속 이어져 나가게 되길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우리 필그림 정기전에 참여하신
모든 회원께 감사드리고 감상하시는 모든 분은 힐링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2024년 5월 필그림 회장 강동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