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길 개인전 songof1kyears

최선길
2020 10/21 – 10/26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어느날 한 나무를 만났다

그 나무는 내가 지난 30여년간 그려온 나무 그림들의 결정체를 보는 듯 했다.
(그 나무는 무려 800여년이 넘는 수령을 지닌 반계리 은행나무 였다.)
긴 긴 세월을 살아낸 그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내내
고맙고 가슴 벅차고 왠지 모를 힘이 솟았다.
나는 순간 그 나무를 1년 동안 사계절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그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영국의 철학자 흄에 의하면
인상은 근원적인 정신의 내용이고, 
관념은 인상의 재생 또는 묘사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현장 작업은 인상의 결과물이다.
관념의 눈으로는 매 순간 변하는 현상을 쫓아 그려낼 수가 없다.
만약 그걸 그렸다면 그건 사진적 이미지의 재현 또는 묘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될 것이다.
나는 오로지 나무와 맞닥뜨린 인상을 그 현장에서 기록한 그림들로
이 전시를 준비했다.
흄의 말처럼 나무의 인상을 통하여 내 근원적 정신의 내용을 담아내는
경험을 해 보고 싶었다.
내가 다시 인상주의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는
존재와 인상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매 순간의 과정에
생생한 생명의 기운을 경험한 시간들이었음을 회상해 본다.

나무는 매순간 빛과 바람을 맞으며 노래 부른다.
나는 그 노래를 [천년의 노래]라고 이름지어 봤다.

2020 운하헌에서 최선길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