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아라 개인전 시티 오아시스 -’해방: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라’
조아라
2023 07/12 – 07/24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가노트
City Oasis 시티 오아시스
‘City Oasis’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동시대인의 쉼터, 정신적인 아지트를 의미한다. 일상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과 장애물들 사이에서 위로와 공감, 치유는 필수적이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선인장과 다육식물의 형태를 띤 작가의 작업은 그것을 접하는 순간 어디인지 모르는 평화롭고 고요한 사막 한가운데 놓인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 안정된 마음을 찾는 하나의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지는 황량한 사막 같은 일상, 사막의 모래먼지 속 신기루처럼 인위적으로 표현된 식물들이 새콤달콤할 것 같은 생생한 색감과 이질적인 물성으로 허무한 허상을 표현하기도 한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고향이 서울이라 남들처럼 명절 때 시골 할머니 댁에 가지도 않았고 도시를 벗어나는 일상을 많이 경험하지 못했다. 기껏해야 부모님과 떠나는 여행 정도가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이라는 존재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고, 식물이든 동물이든 평소에 경험해 본 익숙한 종류들에 한해서만 애정을 줄 수 있었다. 이를테면 화분에 심어진 꽃이라든지 강아지나 고양이 말이다. 나는 아직까지도 벌레뿐 아니라 비둘기, 심지어 요리를 위한 죽은 물고기와 눈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워하는 쫄보 도시 어른이다.
그렇게 유년기와 청소년 시절을 보내고 성인이 되어서 한껏 도시생활을 만끽하던 어느 날 무리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번아웃 증상을 겪게 되었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감정이 지속되어서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제일 처음 시도한 것이 작업실에 식물을 들이는 것이었다. 항상 선물로 받은 화분의 식물들을 1년도 채 되지 않아 하늘나라로 보내는 소위 ‘똥손’이었지만, 이번에는 내 의지로 잘 키워보리라 다짐하고 선인장과 다육식물, 몬스테라 등 키우기 쉬운 식물부터 시작해서 점차 종류를 늘려나갔다.
식물을 가꾸고 초록색 이파리들이 자라는 모습을 매일 지켜보면서 메말랐던 감정도 조금씩 촉촉하게 변화되었고, 자연, 생명의 가치와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정서적인 효용에 대해서도 체험을 통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작품의 모티브를 선인장과 같은 식물의 형태에서 가져와 작업하게 되었다.
시티 오아시스의 형태적 모티브는 가죽으로 만든 선인장으로 시작되었다. 가죽 소품과 핸드백을 만드는 공방 겸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의 배경과 아이덴티티를 살려서 창작 작업을 시작했다. 그렇게 작업을 하면서 번아웃으로 힘들었던 정신과 육체가 서서히 회복되었고, 계절의 순환과 더불어 자가 치유를 하는 식물들을 보면서 도시 속 오아시스라는 주제로 작업 방향이 설정되었다.
일상 속 크고 작은 어려움, 정서적인 고갈을 사막에 비유하고, 자연의 도움으로 삭막한 도시 환경이 물과 생명이 존재하는 풍요로운 오아시스가 될 수 있다는 소박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자연이 인간에게 그러하듯 예술도 인간의 정서를 어루만지고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내가 만들어내고 있는 창작물이 그러한 매개가 될 수 있다면 예술가로서 매우 보람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City Oasis – Now. Will, Series 시티 오아시스 – 나우. 윌, 시리즈
City Oasis- Now. Will, Series 1
화려한 도시의 상징인 뉴욕 맨해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라디오 시티 뮤직홀, 구겐하임 미술관, 23가 근처 공원의 시계탑 등 작가가 치열한 2-30대의 시간을 보냈던 맨해튼 도시의 일상은 보라색과 푸릇한 연둣빛의 노을로 환상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공간감을 표현한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야경의 이면에는 메마르고 삭막한 사막의 모습이 존재한다. 오아시스로 보이는 둥근 형태의 호수는 얼어붙어있고 뾰족한 식물들이 녹색의 빛을 잃고 무미건조하게 서 있다. 호수 한편에 잠겨있는 하얀색 문이 의문을 자아낸다.
City Oasis- Now. Will, Series 2
호기심에 문을 열고 들어가 봤더니 아주 맑고 푸른 하늘이 보이고 황금빛에 가까운 사막의 모래알들이 반짝인다. 빌딩들은 어느새 꽃이 핀 선인장과 같은 식물들로 변해 있고 아까 봤던 얼어붙은 호수도 잔잔하게 일렁이며 물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좀 더 자세히 보니 나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성이 반려견과 호수에서 태양빛을 즐기며 오후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바쁘고 지치는 도시 속 일상에서도 휴양지 기분을 낼 수 있다니. 바로 이거야!
City Oasis – ‘Liberation: Break out of self made prison’ Series
시티 오아시스 -’해방: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라’ 시리즈
최근 작업은 시티 오아시스에 ‘Liberation: Break out of self made prison 해방 –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탈출하라’라는 부제로 작품의 개념을 사회적인 현상으로 확장시켜 진행했다. 사회가 정한 여러 잣대와 통념, 터부 등을 부정하고 작가의 정의를 작품세계에서 제한 없이 구현하고자 할 때,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소위 급진적 페미니스트, 약자, 비주류, 비정상의 모습으로 평가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작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슬로건으로 출발했다. 더 나아가 예술가가 아닌 관람자에게도 일상 속에서 경험하는 자발적 혹은 비자발적 구속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로운 자신을 찾는 모티브와 영감을 제공하고자 했다. 어떤 형태의 구속이든 그것의 해방으로부터 오는 자유는 작가의 관점에서 볼 때 풍요로운 삶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