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 개인전 환지각幻知覺
이화
2023 06/14 – 06/19
3 전시장 (3F)
환지각幻知覺: 작가 이화李華가 동양회화 언어를 탐색하는 경로
순레이(孙磊)
앨런 튜링(Alan Mathison Turing)은 인공지능에 관한 담론을 펼치면서 환지각(幻知覺)상태는 극도로 모호한 상태로 인류의 지각 및 감각과 컴퓨터의 논리적인 추리 그리고 수학 계산 사이에 처한 특수한 구간을 암시하며 환지각으로 인해 떠올리는 영상과 변화에 기인한다고 했다. 이는 생명체의 지능 향상을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생명체가 소멸하는 제한선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이것은 인류의 운명에 여지를 주는 완충 지대 같은 구간이다.
이화의 작품은 간결하고 직접적으로 이러한 완충 지대를 특수한 예술 환경에 두고, 동양 문명 사상을 기반으로 한 회화 맥락 속에서 어떤 회화 언어가 이 완충 역할을 하는 시대의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을지에 관해 탐구한다. 어쩌면, 어떤 의미에서, 이것은 한 사람이 간단하게 사고하고 표현하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는 예술 지향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의식에서 출발하여 수묵 사상과 언어를 이 탐색의 경로 위에 올려 놓았으니, 동양 회화 언어는 이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현대의 디지털 정보화 구조 속에서 부단히 생장하고 있는 중임이 틀림없다.
이에 따라 이화는 항상 추상적인 시각 형식이나 추상의 사고 방식에서 출발하고 동적인 영상의 시간 요소를 결합하여 수묵 관념에 새로운 법칙을 정립하고 재구성했으며 상대적으로 형이상적인 동양의 방식으로 대응하고 우리의 전통에 내재된 강력한 추동력을 반추했다. ‘뜻(意)’과 ‘신(神)’의 시각 체험을 추상적인 연역 및 역사의 문제들과 함께 놓고 전통 회화 도식과 추상 언어 간에 직접적인 관계를 만든 결과, 환지각을 특징으로 하는 형식을 갖추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는 때로는 명확하게 의식적으로 대하지 않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화 언어 측면으로 본다면 그는 자주 언어 표현의 힘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이러한 길로 들어서곤 했다. 한편 동양 회화에서 가장 중요한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언어 자각(自覺)의 달성이다.
이화에게 있어서 언어의 자각성은 영상과 회화 방식의 교집합을 택함과 동시에 개체의 생명체로서 ‘완충 지대’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막연하고 막막한 느낌을 택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시종일관 어떤 특수한 생명의 확고한 힘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예를 들어 전통 회화 도식에 확실한 생명 부호를 치환하거나 우발적인 추상성을 띤 표현으로 확실성을 지닌 별자리를 구성하고 운명에 대한 감상을 그려낸다. 물론 이러한 확고한 힘에 있어서 그 자신은 불안을 느낀다. 이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불안, 그리고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모든 인류를 휩쓸어 버리는 위기의식에 대한 불안함이다.
이러한 불안은 동양 회화의 언어 환경 속에서 더욱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이는 예술가로서의 이화가 예술을 탐색하는 경로이기도 하지만 환지각의 세계가 어떻게 예술적으로 포착되고 지혜로 가득한 리더쉽을 탄생시키는지를 보여주기도 하며, 우리가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