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개인전 memorise

이종호
2023 08/30 – 09/04
2 전시장 (2F) 3 전시장 (3F)

memorise 23

이번 전시의 작업이야기

얼마 전까지 꽤 떠들썩했지만, 이제는 뉴스나 주변 사람들에게서 ‘코로나의 우울’에 대한 말이 좀

줄어들었습니다. 전시의 작업은 대부분 이런 시기를 흘러가는 가운데 만들어졌습니다. 두 번의 자가격리

기간이 있었고, 공간에 대한 제약 때문에, 생각이나 기억들에 적극적이 되었습니다. 좋은 일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덕에 잊었던 것들과 무심했던 것들이 좀 더 명확해졌기 때문에, 작업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기억의 결과들이 보는 이들에게도, 또 다른 기억의 시작이기를 바랍니다.

전시의 제목은 음악을 듣다가 곡의 제목을 듣고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작업의 과정이 우연히 떠오른

기억을 메모나 스케치해두고, 캔버스에 옮기는 방식인데, ‘memories’에서 연상되었던, memory, memo,

rise 세 단어가 어울린다 생각해 정하게 되었습니다.

떠오른 기억들은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이번 전시의 작업들을 분류하기 위해 작은 카테고리로 묶었습니다.

작업의 시작-메모

-연인,친구,동료들

-놀이

-공간

-동네

-섬과구름

-상상

이전까지 공통된 작업이야기

난 과거나 사라지는 것들에 집착이 심한 편이다. 다 써가는 조그만 지우개 한 조각에도 미련을 갖는

다던지, 책을 다 읽어갈 때 또는, 영화가 다 끝나갈 즈음 복잡 미묘한 서글픔을 느낀다.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고,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한데, 내 마음은 그리 담담치 못하다. 기억을 기록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 마음에서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아주 작은 일까지 떠올리며 점점 더 과거의 그 지점에 가까워지려고

하는데, 그것은 점점 더 명확해지기도 하지만, 때로는 실마리를 얻지 못하고 그저 마음만 간지러운 상태가

되기도 한다. 이미 현실성이 없지만, 현재보다 더 많은 감정과 감각들을 만들어 내고, 이렇게 소환된 감정과

감각들이 동기가 되어 작업으로 지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