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범 개인전 Tracing Memories
이재범
2025 02/12 – 02/18
2 전시장 (2F)
내 작업의 형상들은 모든 재현적인 요소를 제거한 채 남겨져 있는 흔적들에 관한 숭고함의 표현이다. 그곳엔 하나의 물질이 규정할 수 있는 대상에서 벗어나 오랜 세월의 마모되는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모호함과 진행형의 모습들이 있다. 이 모호한 세계는 내가 살고 있는 현상 세계와 그 너머의 세계를 연결하는 마지막 모습 일지도 모르겠다.
이 형상들은 나의 의식적 사고를 통해 만들어 낸 결과물 이전에 태초에 있던 어떠한 형상들이 행위를 통해 나로부터 드러나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위빙(직조)의 무한한 반복적 행위는 이와 같은 형상들을 만나고 체험하기 위한 독백과 묵상의 과정이다. 그것은 이미 만들어진 2차원의 캔버스 위에 물감을 바르는 행위를 통해 일루젼(illusion)을 구현하는 방식과는 다르게 한 줄 한 줄의 씨실과 날실을 엮어서 2차원의 평면을 쌓아가는 의식과 무의식의 반복적 체험의 과정이다. 그 곳에 엮고, 물들이고, 꿰매고, 칠하는 과정들이 있다.
나는 오늘도 내 안에 감춰있는 매혹 같은 형상들을 만나기 위해 직조를 한다. 그것이 또 어떠한 모습으로 드러날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제의 생각들이 모여 오늘의 실을 만들고 나는 내일을 직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