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개인전 대추와 꿀벌
이영
2019 02/07 – 02/18
2 전시장 (2F)
대추와 꿀벌
근처 밀집해 있는 빌라들은 대부분 5층 이상의 건물들인데 다닥다닥 붙어서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그리고 1층 주차장 한 구석에는 어김없이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식물들은 주차장의 그 좁은 공간에서 건물 사이로 비치는 옅은 빛마저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다. 꽃을 피운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말라 죽은 것도 별로 없다. 대부분은 잎들이 주글주글하고 처진 느낌이다. 심한 건 오그라들어 있다. 식물 중에는 빛이 반 이상 차단되어 잘 들지 않는 곳에서 사는 음지성 식물이 있다고 하는데 대부분 잎들이 넓적한 걸 보니 햇빛을 받고 싶어 하는 식물들인 것 같다. 안타깝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느니 차라리 없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도시의 구조물들 사이사이에는 푸른 식물들이 있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이들이 가져오는 효과가 우리가 사는 콘크리트 벽의 냉기를 상쇄할 만큼의 온기를 가지고 있다고 는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은 마치 대추에 머리를 처박고 죽은 꿀벌처럼 생과 사의 경계에서 질식해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 200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