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열 개인전 꽃과 열매가 있는 나무
이상열
2020 11/04 – 11/09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화면의 ‘경작’
근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표현력이 유난히 강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면은 온통 유화물감으로 뒤범벅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으깨지고 덧칠되어 덩어리진 물감이 온통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렇게 물감이 두껍게 올라와 있는 풍경화를 필자는 지금껏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
작가는 어떤 연유로 이런 작업을 했을까.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나무를 그릴 때 나는 나무를 그린다기보다 화폭속에서 나무를 키운다. 내가 손끝으로 밀면 그때마다 나무가 가지를 뻗고 그 가지 끝에서 꽃을 피운다. 또 때로는 그 가지 끝에서 과일이 영글기도 한다. 나는 때로 노란 물감을 풀어흘리고,때로 붉은 물감을 풀어흘린다. 나의 화폭속에서 나무들이 그 물감을 자양분으로 삶을 키운다.”
작가는 단순히 실재의 나무를 그린 것이 아니라 캔버스에 나무를 키운다. 물론 그가 키우는 것은 나무가 아니라 나무라는 이미지에 불과하지만 농부의 마음으로 밭을 갈고 비료를 주고 씨를 심고 해충이 들지 않도록 잘 간수하고 돌본다. 사실 이런 과정은 주의깊은 화가라면 반드시 유념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농사일을 대충대충 할 수 없듯이 그림도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애정과 세심한 돌봄을 요한다. 이상열은 농부의 애틋한 마음으로 그림속의 나무를 키우고 꽃을 가꾸며 잔디를 돌본다. 마음이 닿는 곳에 시선이 쏠리듯이 그림을 대하는 자세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서성록(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