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 개인전 무용한 것들

이명주
2022 06/08 – 06/20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작가의 글

자유롭다.. 그리고 즐겁다..

작업실에서 천과 가위.. 바늘과 실을 가지고 놀이 하듯 논다

놀이는 추억으로의 시간 여행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고 흘러

지금의 것들이 옛것이 되는..어디에도 머물지 않고 돌고 도는 이치처럼.. 그냥 즐겁게 논다

 

그렇게 놀다가 문득 머릿속에 이미지가 떠오르면 즉흥적으로 가위로 자른다. 이 모든 것들은 지금의 일상에서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소소한 것들이다. 꽃.. 수양버들. 곤충.. 새.. 물고기.. 애벌레.. 개구리.. 그릇.. 책.. 함지박.. 항아리.. 밥상..등등

어디에서 본 듯 친숙하고.. 익숙하지만 지루하지 않는 소소함과 소박함이 묻어 있는 삶의 흔적들을 자르고 붙이고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며 그냥 퍼즐 놀이를 하듯 맞춰갈 뿐이다

 

색의 조화. 구도의 완벽함. 이런 것들은 나에게서 멀고 의도되어 있지 않다

천의 무늬와 색이 주변의 다른 천들과 친해진다.. 그들은 분별하지 않는다.. 그뿐이다..

그냥 마냥 옳고 그름도 없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푼 소망을 담아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하고 있는 난.. 행복하다.. 그것 뿐이다 행복은 원래 소소하다

 

바느질의 형식을 넘어 자유로이 그림을 그리듯. 바늘이 붓이 되고 실과 바늘땀들이 색이 되고 선이 된다

작품 과정은 참 재미있다. 생각 넘어 텅 빈 고요도 가끔 느껴지는데 그걸 무념무상이라 하나?

그릇 옆에 꽃이 피고 책들 곁에 곤충들이 날아다니듯.. 무정물의 사물들이 자유롭고 유연한 생명체를 만나 쏙닥쏙딱 말을 걸어주고 . 바람이 일어 토닥토닥 다독이며 꽃들이 흩날리며춤을 추듯.. 근심 걱정을 잊게 해주는 무용(無用)이 유용(有用)으로 변하는 과정이 날 행복하게 한다. 그래서 작품제목이 ”무용한 것들“이다.

나의 작품을 보는 모든 이들이 잠시나마 울할매가 사용하던.. 울엄마의 소중한 물건들을

소환해서 애틋한 그리움과 마음의 온기를 느끼고 작품 속 어딘가에 숨어 있는 무용한것들을 숨은 그림 찾듯이..재미와 즐거움도 느끼길 바란다

그러하다. . 그 뿐이다. .

 

물은 흐르고 흐를 뿐 어디에도 머물지 않는다

벚꽃의 달콤한 유혹도.. 사슴의 부드러운 입맞춤도 연연하지 않고 도달하지 않는 삶 속에

흐르고 싶을 뿐이다. 매일 매일 난 바느질을 하며 바느질 작가로 불리고 싶을 뿐이고

치우치지 않는 삶의 길 위에 있고 싶다 .. 오직 그뿐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을 보는 모든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행복은 원래 소박하다.

2022년 4월 어느 봄날.. 이명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