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수 개인전 12지 신상으로 본 표현연구

안치수
2021 03/24 – 03/29
2 전시장 (2F)

안치수-자아의 인식과 소통의 표상세계

장정란(미술사.문학박사)

안치수의 작품은 12지신상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를 준다. 고전적인 소재이면서도 이 시대의 우리에게 매우 친근하고 익숙하다는 점이 그렇다. 올해는 소의 해이며 매년 우리의 달력들은 12지신의 동물들중 하나가 그해 기운의 대표성을 띤다. 우리는 모두 12지신중 하나의 띠를 가지고 있으며 의문을 품지않고 습관처럼 당연히 수용해왔다. 이것은 고대의 동양 문화권에서 12지신상은 시간과 색채를 대입하여 우주의 순행을 읽는 표상으로 인식되어온 그림자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과학의 시대에는 다양한 상업적 캐릭터나 예술적 에센스로 활용되고 있다.

 

안치수의 작품에서 12지신상은 동양미학의 전신(傳神) 개념으로 탐구되고 있다. 전신은 사물의 대상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 형상이 아니라 시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그 사물의 본성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소의 형상은 크고 우직하여 그것의 본성은 성실하고 신의가 있을거라고 추정하는 방식도 전신 탐색의 하나일 것이다.

 

안치수의 작품은 12지신상의 傳神을 작가자신의 자아에 투영하여 새로운 예술시각을 보여준다는 것이 주목되는 점이다. 우선 안치수의 작품형식을 보면 12개의 원형의 판위에 부조식으로 각각의 12지신상을 배치하고 있다. 원형은 우주의 도식일수도 있고 현재의 세상일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중의 의미를 내포한다. 또한 원형의 중심에 또다른 원의 공간이 하나 더 있고 그 안에 각각의 12지신상들이 들어가 있다.

 

바깥라인 원형의 공간에는 구름이나 파도의 문양이 있고 각각의 도상들을 상징하는 글귀들을 크고 작은 여러개의 원형스티커에 써 놓았다. 행복, 평안, 충만, 환희, 안락, 황홀등등이 그것이다. 이 도상을 벽에 걸어놓으면 마치 이런 다양한 정감들이 우리를 즐겁게 하고 위로해주는 수호신같은 글귀들이다.

 

그러나 메인원형의 중심에 배치된 12지신상의 동물들은 매우 엄격한 표정들이다. 형상묘사는 사실적이다. 동물들의 털끗 하나하나도 세필붓으로 섬세하게 그려내듯 치밀하면서도 생동적이다. 그러므로 도상들은 친근하기보다는 엄숙하게 다가온다. 마치 풍진세상을 당당히 마주하겠다는 위엄이 느껴진다. 그러나 바탕색은 블루나 퍼플, 그린톤등으로 화사하게 칠해저 있다. 그 화사함이 세상에 대한 기대나 희망으로 엄정한 현실을 조금 완화시키는 듯 하다.

 

12지 도상들의 표정은 앞을 응시하거나 측면을 바라 보거나 하늘을 우러러 보거나 땅을 내려다 보거나 다양하다. 세상의 다양한 현상들을 탐색하고 있는 태도이다. 대부분 메인 중심원형의 공간에서 선(線) 밖으로 머리나 귀(耳)들이 나와 있는데 자신만의 공간에서 세상으로 나오고자 하는 손짓일 것이다. 세상에 대한 소통의 몸짓으로 읽힌다

 

그렇다면 안치수가 그의 작품세계에서 목표로 하는 예술언어는 소통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것은 소통의 도구로 고대의 12지신상을 소환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주의 인식을 간지(干支)로 이해하고 우주에 대한 겸손과 경이가 있었던 시대를 기억하여 이 시대의 새로운 존중의 소통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12지신상은 고대의 미덕이면서 각각의 도상들은 한편 작가자신의 다양하고 복합적인 자아의 투영이라고 볼수 있겠다.

 

傳神미학에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외형의 형상너머의 내면의 본성을 보는 방식이라 할 때 안치수의 傳神방식은 자아너머의 세상을 바라보는 형식이다. 엄숙한 도상들의표정은 세상에 대한 진지한 응시이며 바깥쪽의 원의 공간은 작가가 희망하는 세상의 조각들이다. 주황빛의 화려한 스티커들에 인각(印刻)된 글귀처럼 모두와 충만과 환희의 소통을 희망한다.

 

전체적인 작품 원형의 틀 가장 가장자리가 톱니바퀴 형상인데 아마도 이것이 이 희망의 징표일 것이다. 톱니바퀴는 여러 가지 의미를 상기시킨다. 톱니바퀴는 맞물려 새로운 상품을 만들수도 있고 톱니는 완벽한 형태가 아닌 듬성한 공백의 공간이 있어 또한 어디든지 굴러갈수 있다. 안치수는 단순하게 보일수 있는 원형의 작품형식 가장자리를 톱니바퀴 형태로 만들어 단조로움에 약간의 충격을 의도하면서 이중의 의미도 부여하고 있다.

 

즉 종합적으로 보면 작품형태는 세 개의 원으로 형성되었다. 톱니바퀴의 가장자리, 세상과 우주를 상징하는 바깥의 원, 그리고 자아의 표상인 중앙의 메인 원형공간이 그것이다. 자아의 표상은 12지신상의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그러므로 안치수의 傳神은 자아의 인식이며 그 예술표현은 12지신의 표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간지(干支)로서의 12지신은 안치수의 작품에서 새로운 미학언어로 재창조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