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문수 개인전 기도(prayer)-玄玄白白

안문수
2024 05/15 – 05/21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기도(prayer)-玄玄白白

 

침묵 속에는 치유력과 우호적인 것, 어두운 것, 적의에 찬 것, 파괴적인 것이 혼재 되어 있다. 침묵으로 부터 생겨나오는 말은 침묵 속의 파괴적이고 마성적인 것에 접하게 될 위험에 놓여 있다. 그러나 오직 말 안에 신의 음성이 깃든 정신에 의해 이 위험이 제거된다. 이제 말 속에는 정신, 말하자면 진리와 질서가 있기 때문이다.

 

참된 말, 곧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내 안에 있는 모든 말들은 침묵의 본성을 길들일 수 있는 정신으로 환원 되어 소멸 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밖의 온갖 소음을 가로질러 오는 미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시작되기 전의 긴장과 침묵을, 혼돈과 격정 사이사이 잠깐씩 느끼게 되는 평온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나를 표현하고자 하였으나 내 자신이 그러한 크기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아무것도 표현하지 않는다. 어떠한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표현하고 주장하기에는 나의 지식과 철학적인 사유는 미미하기 그지없다. 그저 평범한 한 인간에 불과하다. 나의 작업은 파괴적이고 마성적인 침묵의 가면을 소멸하고 신의 음성을 듣기 위한 도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