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展

■참여작가: 계성미, 정영선, 이묵, 이명아, 이선화 ■전시기획: 최정미
2022 08/17 – 08/22
2 전시장 (2F)

최정미_경희대 겸임교수

 

숨은 산소의 들어오고 나감이 끊임없이 그리고 쉴새 없이 반복되어 생명이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참여작가들의 작업 과정과 숨의 비유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날마다, 매 순간 숨을 마시고 내쉰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 일을 계속 반복한다. 다섯 명, 작가들의 작업하는 자세는 숨과 닮아있다. 그들의 작업 과정을 보면 정확한 주제와 멋지게 완성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그림을 그려내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는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 한 점, 한 점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미지들과 마주하며 하루하루 숨을 쉬듯 이어나간 후 드러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선 하나, 붓 터치 하나, 그러다가 보면 나무들이 나타났고, 우아한 꽃과 잎사귀들이 나타났으며 때론 물이 드러나고 예쁜 채소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렇듯 그들은 머릿속에 꽂히는 잔상들을 숨을 들이쉬듯이 호흡했고, 숨을 고르는 것처럼 걸러내어 하얀 캔버스 위에 여러 가지 이미지와 선과 색으로 그 모습을 그려냈다. 나는 평소에 숨을 쉬듯이 그림을 그린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빈 캔버스 위에는 하루도, 한순간도 멈춰짐이 없이 수많은 색과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반복되어 나타나고 사라짐을 말한다. 나는 이들의 그림에서 그것을 본다. 호흡하듯 그려내는 그림…

 

박효신의 ‘숨’이라는 노랫말 중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라는 글이 계속 눈에 밟힌다.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느낀 생각들이다.

 

 

_박효신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 밤에 꾼 꿈아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양 속에

나 홀로 잠들어

다시 오는 아침에

눈을 뜨면 웃고프다.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내 작은 가슴이

숨을 쉰다.

 

끝도 없이 먼 하늘 날아가는 새처럼

뒤돌아보지 않을래

이 길 너머 어딘가 봄이

힘없이 멈춰있던

세상에 비가 내리고

다시 자라난 오늘

그 하루를 살아

 

오늘 같은 밤

이대로 머물러도 될 꿈이라면

바랄 수 없는 걸

바라도 된다면

두렵지 않다면

너처럼

 

오늘 같은 날

마른 줄 알았던

오래된 눈물이

흐르면

 

잠들지 않는

이 어린 가슴이

숨을 쉰다.

고단했던 내 하루가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