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미량 개인전

손미량
2025 05/21 – 05/26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전시를 준비하며 – 작가의 글

엄마 이야기

나는 구상회화 작가이다. 나는 인물을 그린다. 인물화중에서도 주로 가족을 그리고있다. 오래된 앨범 속의 추억 속 아이들을 재현하는 그림을 그려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엄마를 소재로 그렸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여든아홉 살의 우리 엄마를 ‘어머니’가 아닌 ‘엄마’라고 부른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단 한 번도 ‘아빠’라고 부른 적은 없지만, 엄마를 ‘어머니’라 부른 기억이 없다.

이번 전시는 그런 나의 엄마에게 바치는 헌정시 같은 것이다. 노년의 엄마 모습을 담은 나의 그림과, 엄마가 직접 그린 그림을 함께 전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시를 준비하는 내내, 마치 벌을 서는 듯한 마음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달에 한 번밖에 부산에 계신 엄마를 찾아뵙지 못하면서, 엄마와 함께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에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럼에도 결국, 내 방식대로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다. 내가 화가로 활동하기를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셨던 엄마라면, 이 전시를 분명 기뻐해주실 거라 믿으며 기획을 이어갔다.

“너는 어찌 어찌하든 해내는 아이였다.”

전시 준비를 힘들어하는 내게, 기억이 흐려지고 있지만 과거의 기억은  또렷한 엄마가 들려준 이 한마디는 이번 전시를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었던 큰 힘이 되었다.  시간이 부족할정도로 전시그림을  준비하던  나날을 지나며, 내가 엄마를 위해 준비한다고 생각했던 이번 전시가, 사실은 엄마가 나에게 또 한 번의 전시를 하게 해주신 것이란 걸 깨닫게 되었다.

전시를 앞두고 부산에 내려가 엄마, 성인이 된 아이들과 삼대가 함께 보낸 시간은 따뜻하고 행복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나는, 그림에 온전히 집중해서 전시준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채우는, 가족을 먹이기 위한 음식 만드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나를 현실에 발 딛게 해준다. 그 음식처럼, 나의 그림이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 가족을 위해 준비한 따뜻한 밥같은 것이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