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석 개인전 버터간장밥
문종석
2021 11/10 – 11/15
2 전시장 (2F)
-작가노트-
2013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친구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해서 마포 공덕역 부근에서 만났다.
미국에서 먹을 수 없는 분식을 먹고 싶다며, 스쿨푸드를 먹자고 했다.
메뉴를 고르면서 친구는 장조림 버터비빔밥을 먹자고 했는데, 내 반응이 시큰둥했던가.
친구는 너는 이거 안 좋아하냐고 물었다.
나는 별다르게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뭐 라고 대강 얼버무렸다.
다섯 살까지 나를 키워주신 외할머니가 자주 해주셨던 버터간장밥.
처음 몇 번은 잘 먹었던거 같은데, 너무 자주 해주셔서 어느 순간 물렸던 것 같다.
장조림 버터비빔밥이 나오고, 친구는 “너는 왜 이거 안 좋아해? 얼마나 맛있는데, 만들기도 간단하고.”
친구의 말로 풀어진 수수께끼
만들기 간단하고 맛있는 버터간장밥
할머니 인생의 마지막 다섯 해와 내 인생의 처음 다섯 해가 겹쳐진 그 시기에,
어떻게든 밥을 해줘야 하는 할머니는 만들기 간단하고 맛있는 버터간장밥을 내게 수없이 많이 해주었고,
새롭고 더 좋은 것을 먹고 싶었던 나는 버터간장밥에 질려 있었던 것이다.
여전히 나는 버터간장밥을 찾아서 먹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버터간장밥을 접하게 되면 드는 생각이 하나 있다.
“나도 모르게 짓는 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