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개인전 사람사람들
김영우
2021 06/16 – 06/21
본 전시장 (1F) 특별 전시장 (B1)
미소진 몸짓, 감정 조각
정석도(철학박사, 가톨릭관동대학교 VERUM교양대학 교수)
인간의 이성에 버금가는 기계적 이성의 탄생과 그 활동을 목도하는 지금, 우리가 사유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술가는 또 어떻게 세계를 바라보고 거기에 일정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지금 시대에도 이른바 예술적 행위가 최첨단 과학의 기계적 활동과 그 산물을 능가하면서 제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을까!
최첨단 과학이 집적된 전투기나 항공모함이 우리 눈앞에 있고, 그것들 앞에 한 사람의 조각가가 작업한 작품이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렇게 거대한 기계 앞에서 조각 작품의 존재가 드러날 수 있을까! 혹은, 과학적 실용성 등을 떠나 순수한 조형물로서 그런 거대한 기계를 바라본다 해도 그것들의 조형성이 어떤 조각 작업보다 떨어질까?
김영우의 작업은 기계 이성의 출현과 또 거기에 수반해서 인간의 본래 이성마저 기계화되고 있는 이 시대에 역행함으로써 자기 자리를 마련한다. 조용히 미소진 얼굴로써 이 시대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삶의 의미를 부각한다. 요즘처럼 사람들이 서로 맘 놓고 얼굴 맞대기도 쉽지 않은 때에 그가 빚은 미소와 몸짓은 보는 이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김영우가 빚은 사람들은 소녀적 감성을 수반한 감정의 형상이다. 전통적 조각이 가진 기념비성과는 거리가 먼 일상적 터치가 가미된 모습이다. 가령, 이성과의 만남에 앞선 수줍음과 설레임을 포착한다. 가슴 가득 품은 붉은 장미는 들끓는 정열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다소곳한 열정을 담고 있다. 그의 조각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감정 조각’이다.
‘감정 조각’은 지금 바로 여기를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적 감정을 미소를 머금은 얼굴과 몸짓을 통해 정감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일컫는다. 한 치의 빈틈을 용납할 것 같지 않은 빡빡한 세상에서 인간 본연의 순수한 감정을 조각 작업으로써 나타내는 것은 분명 독창적인 의미가 있다. 회화가 아닌 조각이라는 매체로써 인간 내면의 감정을 포착하고 고착하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하지만 동시에 사유적 가벼움을 수반할 가능성 또한 있다. 인간의 존재, 그 실존적 감정을 더 다양하고 내밀하게 포착한다면, 얼핏 일상적이고 가벼워 보이는 형상은 되려 더욱 소중하고 깊은 의미를 수반한 형상으로 다가올 것이라 본다.